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 투기자본의 빗장을 풀어 득보다 실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12일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을 통해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상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임하고,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한경연은 이러한 내용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외국계 투기자본은 일명 `지분쪼개기`로 3% 제한을 회피하며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한데 분리선임을 강제해 이러한 제한을 더욱 강화하려는 개정안은 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야기할 문제도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들이 선호하는 이사의 선출 가능성을 높이는 이사선임방식으로, 다수의 주주가 집중투표제를 원하지 않아도 강제하는 것이다.
한경연은 미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개정안처럼 의무화하는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국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1940년대 22개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했었지만, 기업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상법개정안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를 도입해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만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 달성에 따른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라고 우려했다.
신석훈 실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이 내부통제시스템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준법경영 및 준법문화 확산으로 기업체질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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