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국내 최초 맥주회사 조선맥주 설립)
-1962년(국내 최초의 맥주 해외 수출 연도)
-1993년(국내 최초 비열맥주 하이트 출시)
-1998년(조선맥주에서 하이트맥주로 사명 변경)
-189바퀴(2013년 말 기준 하이트 판매량 300억병으로 지구를 돌 수 있는 길이)




소주와 함께 `서민술`로 불리는 맥주. `치맥` `혼맥` `친맥` 등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가 여전하다. 최근 싼 값을 앞세운 수입맥주가 유통되면서 맥주 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오랜 시간 서민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국산맥주가 있다. 84년 전통을 자랑하는 하이트진로 `하이트`다.

하이트의 역사는 193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 말 맥주가 처음 국내에 들어온 후 초기에는 일본 맥주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해 우리나라 최초 맥주회사인 조선맥주 주식회사가 생기면서 한국 맥주 역사는 시작됐다.
조선맥주는 경기도 시흥군 영등포읍(현 서울시 영등포구)에 터를 잡았다. 자본금 600만원, 공장 규모 10만평에 맥아제조 설비와 계열기업인 유리병제조회사까지 갖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웅장한 규모로 유명했던 미쓰코시 백화점보다 높은 건물이 장안의 화제였을 정도다.
이 회사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함께 겪었다. 1945년 해방 후 미군정 관리를 받았으며 6·25 한국전쟁 때는 영등포공장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전쟁 중인 1952년 6월 피난지 부산에서는 민간에 다시 불하됐다. 상호는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그대로 사용했고 상표는 `금관맥주(金冠麥酒)`를 잠시 사용하다 `크라운맥주`로 바꿨다.

시간이 지나 1967년 부산에서 주정 소주 등을 생산하던 대선발효공업을 소유한 고 박경복 하이트진로 명예회장이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인수했다. 박 명예회장은 맥주 인기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생산라인을 대폭 확대했다. 1971년 영등포공장 시설을 2배로 확장했고 1978년에는 도산한 한독맥주(이젠백맥주)의 마산공장을 인수했다. 1989년에는 전주공장을 건립했다.
![[마켓&] [숫자로 알아보는 국내 最古 20] 84년간 국민과 동고동락한 국산 맥주 하이트진로의 `하이트`](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2404_20170213162405_011_0009.jpg)
1990년대는 조선맥주와 크라운맥주가 새로운 역사를 쓴 시기였다. 30% 초반 시장점유율을 유지했지만 경쟁사인 동양맥주에게 40년간 내준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1991년 박문덕 회장(당시 사장)의 2세 체제로 전환한 회사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크라운맥주 뒤를 이을 신제품을 선보였다. 1993년 `천연 암반수`를 콘셉트로 탄생한 하이트였다.

하이트는 출시 직후부터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실제로 출시 3년 만에 맥주 순위 1위에 올랐으며 그 후 15년 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다. 1993년 30%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이 1996년 43%, 2000년에는 53%까지 올라섰다. 하이트 성공과 함께 박문덕 회장은 1998년 사명을 하이트맥주 주식회사로 변경한 데 이어 2005년에는 진로를 인수하며 하이트진로그룹이 출범했다.
하이트의 성공은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 덕분이다. 하이트진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열처리맥주로 생산공정을 완성하며 맥주 차별화를 선언했다. 이후 2006년 신선도유지시스템(Fresh Taste Keeping System)을 구축했다. 2008년 이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콜드존(Cold Zone) 여과공법과 산소차단 시스템(Air Blocking System)으로 품질 경쟁력을 강화했다. 2006년에는 맥주업계 최초로 `음용권장기한 표시제`를 도입해 품질관리에 집중했다.

물론 성공까지 오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1990년대 후반 4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 홍천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곧바로 IMF 사태가 터지며 위기를 맞았다. 경영진은 여러 방법을 모색한 끝에 자산매각과 외자유치로 위기 극복 열쇠를 찾았다. 이때 국내 맥주 역사를 대변하는 영등포공장을 헐값에 매각해야 했다.
위기를 벗어난 하이트는 지금까지 기록적 매출 신장을 이어왔다. 2002년 100억병(500㎖ 기준), 2007년 200억병을 판매한 데 이어 2013년에는 300억병 판매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300억병 판매 기록은 국내 맥주 단일 브랜드 최대 판매 기록이자 국내 식음료제품 역사에서도 손꼽을 만한 신기록이다. 300억병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189바퀴 돌릴 수 있는 길이다.
황재용 넥스트데일리 기자 hsoul38@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