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속 기후변화 기회있다"…韓기업도 적극 노려야

신기후 체제와 역주행이 예상되는 트럼프 리스크 속에서도 기후변화 분야 사업 기회는 여전할 것이라는 전문가 시각이다. 세계 각국 기후변화 정책·산업 전문가는 이미 위기 속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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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배출권거래제협회(IETA) 이사회에서 “미국·중국·유럽 등 각 대륙별 담당 이사는 글로벌 탄소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트럼프·브렉시트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13일 전했다.

IETA 이사회 멤버들은 BP·쉘·메릴린치·RWE·Engie 등 정유·에너지·금융 분야 글로벌 기업에 몸 담고 있는 환경·에너지를 리더이다. 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IETA 이사회 임원으로 선출됐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 이사들은 트럼프 인수위와 논의한 결과 지금은 SNS나 소문에 속지 말고 진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리스크 중에도 기회 요소는 각 주에서 개별 추진하는 사업과 중국 리더십 견제, 기업 주도 확산 등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불확실하지만 장기적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사별로 영업에 장단점이 공존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
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

일례로 요즘 뉴욕시 핫도그 트럭에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가 설치되고 있다. 설치 전에 비해 하루 50달러의 연료비를 절약한다. 이는 태양광·ESS로 한 달에 비용 180만원을 절감하는 것으로 핫도그 트럭 순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뉴욕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푸드 트럭 보급을 더욱 장려하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사업인 태양광·ESS가 일자리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한 이사는 김 본부장에게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를 탄소 중립으로 만드는 일을 기획하고 있다며 협업을 요청했다. 우리나라 태양광·ESS 등 관련 기업 역량을 인정하고 함께 협력하자는 요청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IT기업의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트렌드가 공급 사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차 제조사 BMW가 우리나라 배터리·타이어 공급사에게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 본부장은 유럽 이사들이 지난 10년간 탄소 시장 주체답게 현재 EU에서 논의되는 2021년 이후 탄소 규제 형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가 정해지면 대응하는 것이 아니고 규제를 형성하는 과정부터 참여해 가격 안정화, 중복 규제 회피, 브렉시트 리스트 완화(영국의 EU 탄소 시장 탈퇴 방지) 등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며 한 발 앞 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푸드트럭. ⓒ게티이미지
푸드트럭. ⓒ게티이미지

중국 이사는 중국은 올해 4분기부터 전국 31개성 단위로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될 예정으로 배출 집계를 거의 완료하고 할당량도 이미 정해졌다고 밝혔다. 대상 업체는 약 7000~1만개 정도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10배 규모 탄소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MS나 푸드 트럭이 탄소 규제 없는 미국에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향후 트럼프 리스크에 영향을 적게 받은 것임은 물론이고, 글로벌 탄소 시장 도입 시에는 추가 수익 증대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은 이미 시작된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회사 전략에 어떻게 반영시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