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뇌 속 복잡한 신경회로를 실험실에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 회로 구조와 기능까지 재현할 수 있어 뇌 질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낙원·허은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팀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콜라겐 섬유를 특정 방향으로 정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콜라겐 내에서 뇌 신경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적용해 뇌 안에 있는 해마 안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CA3, CA1에서 추출한 신경세포가 정렬된 콜라겐 섬유를 따라 분화, 성장하면서 시냅스를 형성하는 CA3-CA1 신경회로망을 재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신경회로망은 구조적으로 연결되고, 기능적으로도 연결된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우리 몸 안 여러 장기와 조직은 세포와 세포 이외에 다양한 요소가 특정 방향으로 정렬돼 있다. 체외 환경에서 장기나 조직을 새롭게 만들고자 할 때 세포 방향성을 구현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조직의 외형적 구조뿐만 아니라 기능도 모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성과는 실제 세포 배양에 쓰이는 생체재료(3차원 체외 환경) 내에서 방향성 구현이라는 난제를 해결했다. 해부학적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많은 신경회로망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된 뇌 조직을 체외환경에서 재구축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최낙원 박사는 “정상적인 신경회로망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비정상적인 질병 상태의 신경회로망까지 재구축하는 데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은미 박사는 “이 기술을 환자 유래 줄기세포 기술과 융합한다면 다양한 뇌질환, 신경회로망 기능 장애와 연관성을 이해하는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월 1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번 성과는 해외 리뷰 학술지인 네이처 리뷰 머터리얼즈(Nature Reviews Materials)에 연구 하이라이트로 21일 소개될 예정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