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배우자" 고령층↑… 컴맹 탈출 넘어 직업 교육으로

지난 9일 오전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KWIC, 이하 복지협의회) 강의실. 1959년 서울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생 24명이 뭉쳤다. 컴퓨터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평균 연령 78세. 전직 국회의원, 대기업 대표, 장군 출신까지 포함됐다. 이들은 현재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포털사이트에서 정보 찾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문서 작성법도 배운다. 동영상도 직접 만들어볼 예정이다. 수업은 이번 한 달 간 이어진다. 그러나 복지협의회는 최근 교육생들 요구로 일정을 다음달까지 연장했다.

서울 용산고등학교 10회 졸업생 24명이 9일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 용산고등학교 10회 졸업생 24명이 9일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컴퓨터를 배우려는 어르신들 열기가 뜨겁다. `컴맹 탈출`은 기본이다. 전문 직업인이 되겠다는 고령층이 다시 학교를 찾고 있다. 복지협의회는 올해 입학정원을 1만8300명으로 정했다. 지난해 7133명보다 두 배 넘게 많은 규모다. 교육 횟수도 늘렸다. 지난해에는 월, 수, 금 사흘 동안 오후 한 차례씩 수업을 했다. 올해부터는 평일 오전, 오후 내내 연다. 수업 과정도 추가했다. 오피스(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활용에 더해 동영상 제작법도 알려준다.

복지협의회는 전문 직업인 수준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2 인생을 설계하는 노인에게 질 높은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다. 통계청은 지난해 처음 60세 이상 취업자(388만4000명)가 20대(374만6000명)를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인 일자리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60대 전일제 근로 비율은 35%, 70대 이상은 9%에 불과하다.

서영길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 회장은 “IT가 주는 혜택을 고령층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해는 조기 퇴직자, 1인 창업자를 위한 전문 직업인 양성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복지협의회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고령층 대상 정보화 교육을 열고 있다. 전국에 9개 지부를 뒀다. 그동안 `컴맹 탈출`을 위한 기초 교육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중·고급 수준으로 올라갔다. 재취업을 바라는 조기 퇴직자, 1인 창업을 꿈꾸는 어르신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미래부는 지난달 `취약계층 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했다. 고령층과 장애인, 외국 이민자와 같은 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ICT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목표다.

송정수 미래부 국장(정보보호정책관)은 “정보화 혜택을 많은 사람이 누릴 때 진정한 복지사회로 갈 수 있다”며 “퇴직자 대상 ICT 교육을 확대해 이들이 쌓은 경험이 우리 사회 곳곳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는 “재취업 교육을 받으려는 수요만큼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