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조직은 고도의 생산성이 요구된다. 차기정부는 장기적 전략 기반 위에 기능 중심 매트릭스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 조직과 인력 재편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떨쳐내야 한다.”
과학기술·산업·ICT·중소기업 전문가들이 `차기정부의 바람직한 거버넌스 방향`을 주제로 지난 8일 서울 전자신문 본사 사옥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현재의 거버넌스 문제점과 변화, 공직자의 고도의 전문성 추구,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조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산업경제, 과학기술·특허, 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할 거버넌스 조직 재설계와 부처 간 협업 체계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기 정부 주요 과제로는 ICT와 혁신 기반의 창업, 중소기업 진흥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꼽았다.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참석자(가나다순)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세종 중기연구원 원장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 처장
△이상목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전 미래부 1차관)
△황중연 전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부회장
※사회=이진호 전자신문 산업경제부장
![[차기 정부 거버넌스 개편 방향 좌담회] "고도의 생산성 필요…기능 중심 매트릭스조직 재편을"](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2742_20170213190207_058_0001.jpg)
◆대한민국 중장기 전략부터 고민하자
◇사회(이진호 전자신문 부장)=여러 문제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경제·사회·국방·외교 등 모두가 위기다. 탄핵정국으로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한다. 탄핵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조직 개편 방안이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온다. 오늘 좌담회는 현재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논의 중인 정부 조직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했다. 요즘 어떤 고민을 갖고 있나.
◇이근면(전 인사혁신처 처장)=요즘 들어 정부에서 스스로 그만두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우리 시대와 선친의 시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생각해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선친과 우리 세대는 가족들 밥 세끼 챙겨 먹이는데 노력했다.
고민이 많다. 다음 세대는 1인당 국민소득(GDP) 3만달러를 갈 수 있을까. 국가 운영시스템은 그만큼 진화했나 등. 나는 정부 조직에서 인사 혁신을 담당했다. 정부는 기업과 분명 달랐다. 우리 정부는 1980년대 만들어진 국가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정부 예산은 100조원 수준이었다. 올해 우리 정부는 예산 400조원을 돌파했다. 4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이 정도 예산이 커졌다면 운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크게 바뀐 게 없다. 세계 일류가 된 적도 없다.
정부 조직을 따지기 전에 우리는 다음 세대를 어떤 나라에 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차기 정부조직 개편 이전에 이러한 콘셉트를 먼저 잡아야 한다. 국가 지도자는 세계화 시대에 맞춰 우리나라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국가의 꿈과 비전은 무엇인지, 국민에게 무엇을 얘기할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노력하듯 우리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국가도 시스템경영을 해야 한다. 선친 시대에 물려받은 빚을 다음 세대에 갚아줘야 하는 게 지금의 우리 몫이 아니겠나 싶다.
◇이상목(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교수)=우리나라가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계가 왔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스스로 뭘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 인식이나 문화가 따라 주지를 못하고, 실천이 안 될 뿐이다.
아프리카 보츠와나는 GDP가 1만5000달러다. 우리나라보다 청렴도가 훨씬 높다. 정부에서 30년 전 초등학교부터 청렴교육을 가르쳤다고 한다. 부정부패를 없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 나가자는 내용의 노래를 의무적으로 부르게 했다고 한다. 6살부터 도덕적 무장이 확실히 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절차·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목표를 중시 여긴다. 아이가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다시 때리고 오라고 가르친다. 밥상머리 교육 수준도 낮다. 윤리 의식이 굉장히 취약하다. 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우리는 단기간에 국가를 개조할 수 없다. 정부가 계속해서 5년 만에 성과를 내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실패하고 만다.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5년 내 성과를 내라고 강요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정부가 깃발 들고 나가면 어느 정도 먹혔다. 반도체 산업이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자력 국산화, 고속전철 등은 정부가 리딩해 왔다. 삼성·LG·현대 등 대기업을 설득해 시장을 주도했다. 이제 이러한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것을 계획하거나 이러한 콘셉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김세종(중기연구원 원장)=젊은이들 꿈이 미국 스타벅스에 채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스타벅스는 무조건 정규직이고, 복지가 훌륭하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고민이다. 정부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을 우대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정부는 이 부분에 소홀했다.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 책임도 크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정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
부모 세대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기회 자체가 봉쇄됐다. 이것에 절망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젊은이에게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해주는 것, 차기 정부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황중연(전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부회장)=공직에 진출해서 첫 근무지가 체신부였다. 체신부로 발령받았을 때 당시 동료는 저를 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며 농담 삼아 얘기했다. 1980년대 후반이 되니깐 동료들이 “너 좀 잘 간 거 같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1994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편했다. 각 부처회의에 정보통신부 담당자가 참가하지 않으면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주변에서 “선견지명이 있었냐”고 하더라. 딱 20년 걸렸다.
당시 공무원들은 24시간 밤낮없이 일했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이든 기업이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국가의 가장 큰 책무라고 본다. 단지 주어진 시간만큼 일하고, 주어진 봉급만 받겠다고 한다면 우리에게 3만달러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ICT 역사의 이정표라 할 수 있는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의 경우 당시 미국하고 기술 차이가 무려 15년 이상이었다. 부족한 예산으로도 5년 만에 따라잡았다. 우리나라 인공지능(AI) 수준은 미국에 비해 70%에 불과하다. 30%를 메우는데 5년이 걸린다고 한다. 15년짜리 기술 격차도 5년 만에 했는데 30% 수준의 기술 격차를 앞으로 5년 동안 안하겠다는 것이 문제다. 열정적인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잘 살펴봐야 한다.
◇유병규(산업연구원 원장)=많은 사람들이 `바꿔야 한다` `개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고치고 싶은 방향의 지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선 혼돈이 있는 것 같다. 바꿔야 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이뤘지만 어떤 비전을 가지고 국가개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 예를 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뭘 위해서 바꿔야 할까. 잘살기 위해서라면 소득을 높여야 하는 것인지 분배가 잘 돼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포용적 성장`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더 답답하다. 요즘 경제와 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이것의 주체인 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 기업 발전으로 이야기를 하면 이념 논쟁이 돼버린다.
우리는 `세 가지 함정`에 빠져 있다. 첫 번째는 `추상적 함정`이다. 구체적으로 뭔가를 제시를 하지 않는다. 다음은 `기득권 함정`이다. 무엇인가를 바꾸려 하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엄청나다. 사실 규제 하나 푸는 데도 쉽지 않다. 의료계만 보더라도 기득권층과 개혁층 간 갈등이 크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10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나머지는 `가치 충돌의 함정`이다. 경제와 산업 발전을 주장하면서도 기업을 도와줘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기업 발전을 이야기하면 친기업주의자로 오해받는다. 바꾸고자 하는 지향점, 그리고 방법론, 가치관에 대한 공감대도 축척해 가면서 개혁을 이뤄나갔으면 좋겠다.

◇사회=요즘 우리나라 경제가 IMF 때보다 어렵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다. 여기저기 심각한 구멍이 생겼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키워드로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 `규제 철폐`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차기 정부에서 먼저 메워야할 구멍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유병규=한국 산업은 위기 상황이다. 생산과 수출, 수익성이 모두 악화되고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 돈 벌어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이 장기침체 시기 때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과잉 공급업종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 그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업을 분석해 보면 전체 산업 30%가 공급과잉 업종으로 분류된다. 기존 주력 산업에서 무너진 부분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완됐어야 했다. 외환위기 때부터 20년 간 정부가 성장동력 산업을 추진해 왔지만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에서 신성장동력 산업은 2%도 채 되지 않는다.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책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비슷한 정책을 다른 사람에 의해서, 또 다른 방식으로 하다 보니 성과가 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역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신성장동력 육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 어젠다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신성장동력 차원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를 면밀히 평가했으면 한다. 제대로 평가해 보고, 거기에서 과실을 맺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추가 투자하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김동욱(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활동 인구는 감소한다. 급속한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경제 성장 기반이 약화되고 잠재성장률 저하가 지속된다. 청년 미취업과 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대기업 수출주도의 성장 환경도 사라지고 있다. 돌파구가 절실하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기반의 창업, 중소기업 진흥이 국가 과제도 등장했다. 혁신 기반 서비스 산업 기초를 다져야 한다. 제도 혁신과 규제 개혁 등도 동시에 요구된다.
창업 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둬야 한다. 현 정권에서도 창조경제를 통해서 창업 기업을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울타리를 기반으로 스타트업들이 움직였다. 창업기업 위주로 정책을 펼친 것 같지만 사실은 각 센터 대기업 틀 안에서 운영돼 왔기 때문에 적어도 절반 이상은 대기업 영향으로 움직였다고 봐야 한다.
언제 출범할지는 모르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조금 더 진일보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 단위로 보면 고용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전체를 묶어 보면 적지 않게 창출되고 있다. 특히 지금은 실업문제가 아니라 미취업이 문제다.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과거 5년 전 선배들이 누리던 정규직과 그에 상응하는 높은 보수가 아니다. 이러한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창업 정책에 올인해야 한다.
◇김세종=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최근 들어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신규 채용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을 투입해서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 수 있다. 최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만드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일에 정부와 기업의 협업이 필요하다. 국내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국내 투자나 고용을 늘린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상목=국민 복지와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은 우리나라 국가 목표로 헌법에 나와 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이러한 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MB정부, 박근혜 정부도 일자리·경제·복지를 주장했다. MB정부의 녹색성장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사실상 내용이 같았다. 말만 다르다. 녹색성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성장동력 사업을 짜깁기 했다. 현 정부 창조경제도 핵심은 창업과 중소기업 신사업창출을 통해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추구한 것이다. 대기업 참여로 전국에 17개 센터를 뒀다. 대표 전시행정으로 취지가 퇴색됐다.
차기 정부에서는 실패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제거해야 한다. 실패한 대표 원인은 단기성과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단기성과를 요구하다 보니 신기술 개발이 어렵고 장기적인 것은 기피할 수밖에 없다. 쉽고 단기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에만 치중해서 실패한 것이다.
창조경제의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슬그머니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었다. 초기 논의 과정에서 17개 센터는 너무 많다고 반대했다. 5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기 정부에서는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존에 있는 것을 흔들지 말고 과거 왜 실패했는지 파악해서 현장 공무원이나 유관 산업계, 학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으면 한다. 독일의 경우 현장 목소리를 100% 반영한다. 독일 R&D 정책의 기본 원칙은 연구비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차기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을 정책에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고 장기로는 생태계 구축에 주력했으면 좋겠다.

◆정부 혁신을 위한 바람직한 거버넌스 구조는
◇사회=차기정부는 인수위 활동이 없을 수도 있다. 다음 정부 구성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생산적인 국가 운영조직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정부 혁신을 위해 바람직한 거버넌스 구조와 그러한 구조 변화의 추동력은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근면=작은 정부이든 큰 정부이든 그 목표는 국민에게 싼 값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 개념도 바꿔야 한다. 말로만 주인이라고 하지 말고. 주인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게 국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지속해 왔다. 국가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공무원 전문성과 부서 간 칸막이는 20년간 제기돼 온 문제다.
조직 개념에서 보면 그동안 정부가 프로세스 혁신을 지속해 왔었는지, 정부 경쟁력의 세계화를 고민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공무원의 전문성, 경쟁력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국가 비전에 비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 문제가 있다면 당장 해결해야 한다.
정부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공무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중요하다. 조직을 어떻게 목표 대비해서 미래 역량으로 바꿔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조직과 인사에서 정부는 따로 놀고 있다. 조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정부도 장기 정책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전략 부분과 정책 영역은 구분하고, 5년에 종속되는 않는 집행부서 등으로 조직을 구분해야 한다. 즉 전략, 정책, 집행 부서로 크게 나눠졌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지금 행자부에서 공무원 TO를 관장하고 있다. 40년 전 기업도 인사 기능이 총무과 인사계에 있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는 국가미래를 위해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할지 모른다. 어떤 기업에서도 조직과 인사를 구분하는 사례가 없다. 국가 인재 활용 측면에서 정부조직과 인사를 합쳐 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가 왔다.
◇김동욱=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장기 정책 일관성은 상실했다. 충성도도 약화됐고, 국정 운영 투명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 기반의 업무 수행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민간 부문 역량 향상과 대비된다.
차기 정부는 공직자의 전문성 강화와 업무 투명성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직위 분류제, 의사결정 전문가 집단 참여, 정부출연 정책 연구기관의 정부기관 전환 등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 기능의 지방 분권화, 민간 이양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부 인력의 감축과 질의 제고, 보수 향상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당선인이 즉시 대통령이 된다. 이 경우 대선 과정에서 합리적인 거버넌스 개편 방향이 나오긴 힘들 것이다. 선거에 올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이 빠져 차분히 생각을 못할 것이다. 다양한 좋은 의견을 정리하기 위한 별도 시간이 필요하다. 3~6개월 정도 전문가 집단을 통해 시급성이 요구하는 정책은 대통령에 바로 전달해 주고, 장기 운영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역대 정부들은 정권 초기 국정목표를 반영한 조직 개편을 단행해 왔다. 5년 단위로 줄였다, 늘렸다, 붙였다를 반복했다. 시대와 산업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가적 에너지 소모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 차기정부 조직 개편은 어느 정도 수준 변화가 적절하다고 보는가.
◇김동욱=역대 정부는 출범 초기 조직 통·폐합을 통한 조직 인력 감축 기조, 후기에는 조직 인력을 확대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많이 축소한 조직 규모를 조금 늘렸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중앙 행정기관은 51개로, 2원-5실-17부-5처-16청-6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이명박 정부에 비해 5개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조직 규모면에서 절충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조직 입법주의에 따라 최종 개편안은 국회가 결정한다. 현재 차기 정부의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규모 조직 개편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여야와 사회 합의를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조직 개편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이 갖는 정치 효과, 새 정부 상징성은 매우 크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정부 조직 개편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
한두 개의 중앙행정 기관 신설은 불가피하게 유관 기능을 가진 기관 개편을 수반하게 된다. 차기 정부는 기능 중심의 개편을 추구해야 한다. 조직 개편은 소규모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개편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공직자 전문성, 어떻게 확보해야 하나
◇사회=공무원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다.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가.
◇김동욱=박정희와 전두환 정부 시절 시장에는 최고 엘리트가 공직에 있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청와대나 핵심 전략 부처에 갔다고 본다. 정말 유능했다. 이들이 정부 주도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고 대한민국 성장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5년 단임제가 되면서 상황이 좀 바뀌었다. 전임 대통령에서 유능하게 일을 많이 한 사람은 다음 정권에서 어김없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런 경험을 몇 차례 겪으면서 이른바 공직자 로열티가 떨어진 것 같다. 정권 초기에도 기대만큼 충성도는 없지 않나 싶다.
진보 성향 정부에서는 비교적 정부조직 투명성을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보수 성향 인사가 정부로 와서는 상대적으로 정부 의사결정을 비롯해 운영 투명성, 외부 참여 등 사회 발전 추세에 비해서는 크게 지체됐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전문성이라고 본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역량이 떨어지고, 열심히 했어도 결국 밀려나니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렇게 30년 지나다 보면 능력이 없어진다. 이제는 일을 시켜도 두려워서, 혹은 능력이 안돼서 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본다.
차기정부 혁신의 중요한 어젠다 하나는 공직자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현 공무원들의 직위 분류제를 전환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부처 간 의사소통도 좀 더 개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세종=공직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람을 줄이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지금처럼 온갖 곳에 관여하다 보니 전문성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민간에는 전문가가 많다. 차기 정부가 할 일은 민간에 과감히 넘길 일은 넘겼으면 좋겠다. 상당수 기능을 보면 공무원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려는 경향이 있다. 불필요하게 많은 인력을 가지고 있는 조직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민간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야 한다.
◇이근면=첨언하면 `공무원 제값받기`가 필요하다. 역량 대비 사회 인식이나 국민 인식이 낮아 제값을 못 받고 있다. 더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못 펼치게 돼 있는 구조다. 최소한 차관보까지는 전문성을 키워 주고, 그 사람이 정치적 중립성은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 인사가 전문화 돼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인사는 만사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인사는 만사의 시작이다.
기업이 공무원보다 더 훌륭한 인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공무원 전반의 수준이 훨씬 더 높다. 그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다면 국가도 바뀔 수 있다고 본다.
◇황중연=민간 출신 장관들이 몇 명 있었다. 그들의 주문 상황은 기업처럼 단일 목표였다. 그리고 달성할 가능성이 51%만 있다면 그냥 추진했다. 반면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갈등 해소가 업무 추진 가치 1순위였다. 어떤 일이든 90% 가능성이 있어야만 했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다 보니 기업에서 보면 공직자들이 너무 좌고우면하고, 추진력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공무원은 감사 부분이 중요하다. 설령 결과치가 그 기관이 요구하는 대로 가지 않았을지언정 과정이 출중했으면 용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국정감사에는 더 예민하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려운 문제면 그냥 안고 간다. 손대면 다칠 것을 알기 때문이다.
ICT 전담부처가 5년 바뀔 때 마다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다보니 정부 마지막 해에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우리가 어찌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소신껏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과 조직 운영 최적화가 필요하다.
◆ICT, 과학기술 밑그림, 어떻게 그려야 하나
◇사회=차기 정부 거버넌스가 이슈화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ICT와 과학기술 사령탑 역할을 해온 미래창조과학부가 개편 `0순위`로 언급되고 있다. 5년마다 반복이다. 미래부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이상목=나라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정부 조직개편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처럼 매 5년마다 개편한다는 것은 낭비가 많다. 미래부의 경우 교과부를 거쳐 과기처와 정통부를 통합하면서 과거 진흥 부서에서 규제 부서로 변화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행정의 전문성도 매우 퇴조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겉으로만 볼 때는 과학기술·ICT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1차관실은 단계를 볼 때 업스트림쪽 기초·응용 중심, 2차관실은 다운스트림쪽 산업계 중심이다. 서로 생각이 다른데 융합을 강요하고 있는 구조라 애로를 겪고 있다.
인사 운영 측면에서 보면 장관과 수석이 상호 교차, 보완이 필요한데 ICT로 일관돼 있다. 과학계 불만이 높다. 결론적으로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필요한데 과기와 ICT 분리는 문제가 좀 있다.
지금의 미래부 형태로 곤란하다. 미래부 기능 중 규제 기능인 주파수, 방송산업, 단말기 등을 제외한 미래대비와 지식재산 기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독일의 교육연구부와 같이 현 교육부의 대학지원 기능과 과학기술을 합한 고등교육부를 생각할 수 있다. 전제 조건은 초·중등 교육과 대입 기능을 완전히 분리해서 별도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중연=1980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먹거리는 GDF라 할 수 있고, 90년대는 CDMA라 할 수 있다. 10년 단위로 ICT는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10년 단위 롱텀 과제를 만들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당시 근무했던 공직자의 전문성이 부족했던지, 관련 ICT 전담부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론 후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중국은 굴기 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일본은 지난해 부흥 전략을 만들어서 `잃어버렸던 ICT 10년을 찾겠다`고 선포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찾기 위해선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 대안을 제시하면 외교, 국방 등 분야는 정부조직법을 손대지 않고 가야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몇 달 간 진지하게 고민해 결정해야 한다. 잠시 장관자리를 비워두더라도 그러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부의 미래는 ICT거버넌스와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ICT 활용을 통한 타산업 혁신과 융합도 중요하지만 ICT 자체 경쟁력이 감소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ICT 자체 경쟁력 우위 없이는 타산업 융합과 혁신 활성화에도 한계가 있다. ICT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스마트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ICT 분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조직개편 때 보면 ICT가 다른 분야에 비해서 상수의 요소가 된 적이 없었다. 이제는 상수의 위치에서 개편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

◇김세종=과학기술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우리의 강점인 전통 제조업에 ICT를 결합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부 역할은 중요하다.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 산업 현장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경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미래부 몫만이 아니다. 부처 간 협업이 중요하다. 부처 이기주의를 떠나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발휘해왔다면 미래부 존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을 것으로 본다.
◇김동욱=우선 미래부 명칭은 정보과학기술부 등으로 수정돼야 한다. 창조경제 명칭도 마찬가지다. 기능적으로 거의 한계에 온 우정사업본부는 우선 공사로 전환하고, 기능과 내무조직 혁신을 할 필요가 있다. 통신정책을 담당하는 미래부에서 전파(주파수) 정책 기능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부와 ICT 중심 C-P-D-N 통합부(정보미디어부, 정보매체혁신부) 분리 신설은 검토 대상이지만 ICT 전담부처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와 기능 조정 문제도 수반된다. 과기부와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와 기능 조정 문제도 같이 수반된다.
◇사회=ICT부문 최우선 정부 정책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황중연=ICT 부문 최우선 정부 정책과제는 첫째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다. 우선 창업을 생각할 수 있다. 이스라엘 `창업원스톱서비스`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창업과 더불어 기업성장을 할 수 있는 융합환경을 만드는 문제도 중요하다. 둘째 인재양성을 통한 국가혁신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어린이 SW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성장동력 발굴이다. 곧 지능정보사회가 도래한다. 인공지능(AI)을 산업화해 확산하고, 각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 역기능을 배제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사회=기존 R&D 정책으로는 더 이상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상목=우리나라는 매년 20조원을 연구비로 쏟아 붓고 있다. R&D 투자율은 GDP 대비 세계 1~2위다. 외형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내실 측면에서 기초과학 수준이 30위권이다. 두뇌유출지수 세계 44위다. 과학자 자긍심은 29위(IMD 보고서 2015년)다. 그 원인은 자율성과 정부 개입의 역할에 있다고 본다. 자율성 측면에서 정부 연구사업은 블록펀딩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금은 5억원 정도 되면 사업내용 제목이 예산서에 명기된다. 우수 연구원에게 연구비를 주는 그랜트(Grant)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 출연 기관장 임기도 3년에서 5년 연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사 독립성도 중요하다. 과학기술계에서 검증된 사람에게 기관장을 맡겨야 한다.
정부는 지원 역할에 그쳐야 한다. 기초·원천 기술, 인력 양성, 제도적 지원과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단 시간을 갖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산업 기술은 철저하게 민간에 맡겨야 한다.
혁신 성과가 지방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R&D 기획력 강화, R&D 포괄 보조금제 도입, 지방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동욱=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능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주항공, 군사, 심해저와 같은 대규모 연구과제 위주로 개편하고 연구인력을 대학교와 통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사회=차기정부를 꿈꾸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놓고 다양한 대선 공약을 내놓고 있다. 현 체제로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이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목=4차 산업혁명 핵심은 전 산업과 ICT 융합이다. 지금과는 다른 고도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산업계는 ICT를 모르고, ICT는 모든 산업분야를 잘 모르는 것이 문제이다. 인력이 서로 섞이도록 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2013년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세웠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다품종 대량생산 길로 전환한 것이다. 2년 전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전격 수정했다. 새롭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 중이다. 산업군별로 산·학·연·관 정치인이 참여하는 협의체 모델을 구성,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면서 실행계획을 짜고 있다. 우리의 경우 옛 산업기술연구조합과 유사한 조직을 참고해서 현장이 중심이 되는 추진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김동욱=ICT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지만 ICT로 한정해 논의하기보다는 기술과 산업 전반 변화 속에서 기능과 조직을 논의해야 한다. 기술, 서비스 산업 융합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면서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의 등장, 성장이 예고되고, 진행되고 있다.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 공공부분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기업, 대학 연구소가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창업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 대규모 국책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신규 기술개발 수요 창출, 신기술 서비스 정부와 공공 조달 등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기존 제도와 충돌할 경우 새로운 제도를 우선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규제 개혁이다. 정부 내 과학기술(연구개발), 산업, 창업·중소기업, 정보통신기술 담당 기관의 기능 중첩은 불가피하다.
다시 정리하면, 우선 관련 정부 기능을 국회, 지방정부, 공공 부문, 민간 부문으로 이관할 수 있는 것을 가려내 놓고 새로운 정부조직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방식이다. 한 두 개의 정부기관 신설도 유관기관 기능을 흔들기 때문에 광범위한 검토가 필요하다. 좋은 의도로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오히려 정부 조직이 개악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회=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는 중장기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국가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산업구조 재편, 신산업 육성 등을 아우르는 중장기 산업 정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유병규=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이고, 일관성있는 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하나의 신산업을 육성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투자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 산업, 과학, 사회 등 범부처 차원 `신성장동력창출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투자 기획, 예산편성, 사업 지시권, 평가관리권 등을 부여해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확실히 부여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세 가지 정책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는 기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 구축이다. 공급과잉 기업이나 한계기업이 사업 구조조정이나 사업 전환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기활법이 작동되고 있지만 적용 대상 범위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 지원책도 보강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규제개혁이다. 일반적인 양적 규제 개선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 사안별로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질적 규제 개혁을 해야 한다. 세번째는 국내 경제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과학기술 연구개발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연구개발 자원 배분, 성과 평가, 산학연 연구협업 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
◇김세종=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접근을 `산업`에 둘 것인지, `혁명` 혹은 `혁신`에 둘 것인지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개별 산업 육성 측면으로 흐르게 되어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복합이 보편화되는 추세에 대응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보편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술을 활용하고, 도입하는 기업 측면에서 규제 완화, 인증시스템 기업 간 협업, 시장 접근 등 관련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사회=현 정부 창조경제혁신센터 존폐도 기로에 섰다. 여러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차기 정권에서 계승해야 하는가.
◇김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지역혁신 거점으로서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새로운 아니디어와 기술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손쉽게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테크숍 기능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산업 현장과 만날 수 있는 포털 기능 △지역혁신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상호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거점 기능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김동욱=대기업 지원 체계는 폐지돼야 한다. 지방정부, 대학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기존 다양한 정책과 산업을 지역거점별로 통합하는 지원센터 기능으로 수정해야 한다.

◆혁신부총리, 역할과 권한은
◇사회=전자신문은 지난 신년기획에서 미래부의 과학과 ICT를 분리 운영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원화해서 운영하되 정책 연계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계 역할은 혁신부총리를 신설해 담당하도록 그림을 그렸다. 혁신부총리 산하에 산업과 자원에너지, 통상, ICT, 과학기술, 중소중견기업 등을 담당하는 개별 부처를 두도록 했다. 사실상 기획 재무 부문을 제외한 실물 산업 부문과 부가가치 생성 및 경제 흐름이 실현되는 분야를 총괄하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도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어떤 선결과제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혁신부총리 역할과 권한, 어디까지가 적정할까.
◇이상목=거의 모든 부처의 총괄 조정 문제는 부총리 역할이 아니라 대통령 역할이다. 우리나라가 성공한 종합 조정기구로 무역진흥확대회의, 기술진흥확대회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이 꼽힌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 국과위 등 별도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성공 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산업과 자원에너지, 통상, ICT, 과학기술, 중소중견기업 등 당장 현안 문제와는 분리해서 현안은 현안대로 가고, 과학기술과 ICT가 중심이 되어서 미래를 대비하는 부분은 나눠져야 한다.
◇유병규=정부가 바뀌면 조직도 바뀌어왔다. 정부가 목적하고 있는 정책 성과를 높이고, 기존 제도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면에서는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부처 개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과 일의 내용,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부처 이름과 조직만 바뀔 뿐이지 일은 같은 사람이 같은 내용으로 한다. 그동안의 통합 부처들이 그러했다. 일하는 방식도 개별 칸막이 식으로 독자적으로 해왔다. 더 이상 물리적 외형상 조직개편으론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중요 정책과제 중심으로 협업하는 형태로, 일의 내용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차원에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과학기술 혁신부총리제를 시행한적 있다. 다시 신설한다고 해도 일하는 사람과 내용,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본다.
◇김동욱=혁신부총리가 유관 부처의 정책 기획과 예산 편성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현재 예산권을 두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로서 그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혁신부총리와 나누기 어렵다고 본다. 혁신 총괄·조정하는 기능은 경제부총리 또는 국무총리 몫이라고 본다. 국민경제자문회의, 과학기술자문회의에 차관급의 전문가 집단이 상근하면서 큰 의사결정을 하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이근면=정부의 규모가 커진 만큼 부총리제는 매우 적합하다고 본다. 부처 간 협업도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본다. 특히 ICT 부문과 같이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조직은 필수적이다. 외교, 안보, 치안 등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부문에는 오히려 변화를 주지 않는 게 좋다. 국가적인 장기 목표가 필요한 부분에는 그게 상응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와 같이 2% 수준의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에선 20년을 바라보는 일자리 정책이 존재해야 한다. 이것을 누가 만들 수 있을까. 태스크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기업에서는 이미 횡적으로 연결되는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ICT 부문 조직에 매트릭스 체계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총리가 하면 된다.
◇사회=중소기업, 벤처기업 전담부서 요구가 높다. 창업 국가를 주창하면서 대선 주자들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 권한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벤처 산업 분야는 어떤 지원 구도로 가야 하나.
◇김세종=그동안 중소기업계는 전담부서 격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번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른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중소·벤처기업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업계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산업 정책을 통해 우리의 주력 산업을 육성했지만 대·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 대기업 경제력 집중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이제는 중소·벤처기업을 통해 우리 경제의 혁신 역랑 강화와 일자리 창출 주역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 전담조직은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 △스타트업 육성 전략·스케일 업 전략을 통한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의 글로벌 전략 △포용적 성장의 기틀이 되는 동반성장 등을 총괄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사회=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교육 문제다. 입시교육, 과도한 사교육비, 교육 불평등을 둘러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도 불릴 만큼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기도 어려운 분야다. 앞으로 교육체제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이상목=사실상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교육 개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백년대계 교육이 교육의 본질보다는 초중등 무상급식, 전교조 문제, 대학구조조정, 사학비리, 대학규제 등 이념과 정치에 매몰돼 있다. 교육부와 정치권의 교육 30년 정책이 필요하다. 고교 평준화, 기여입학제, 대입자율화 등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돼야 한다. 인식이 바뀌는데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 미래 교육 문제를 장기적으로 검토하면서, 한편으로는 영재교육, 특수목적고, 특성화대학 등을 통한 미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로봇학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도 필요하다. 직업 교육이나 대학(원)에 융·복합학과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김동욱=유아, 초중등 교육 정책과 행정 기능을 지방으로 이관해야 한다.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를 도입해야 한다. 시·도 단위로 지방 행정과 교육이 통합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대학 입학과 졸업 등에서 과감한 자율성 제고도 추진돼야 한다. 교육부 폐지와 고등교육위원회 신설 등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황중연=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 과제 중 하나다. 영국의 경우 읽고 쓰는 보편적인 교육에 집중해 결국 산업혁명 제도를 수용하게 했고, 이끌었다. 우리도 지금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면 하드웨어 측면의 보편교육에다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시켜야 한다. 우리 교육 현실은 이과와 문과가 확연히 구분돼 있다. 문과 공부한 사람은 이과 분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래선 안 된다. 어떤 일을 시키더라도 소화해 낼 수 있는 기본적인 토양이 될 수 있는 교육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이근면=우리는 지금 지식산업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치의 삶`을 살아야 한다. 얼마큼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창출해 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새로운 창출엔 규제가 따른다. 규제 이야기를 해보면, 지난 19대 국회에서 법안 하나 만드는데 517일 걸렸다. 필요성을 갖고 만든 법안인데 1년 넘게 걸렸다는 것은 신중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규제개혁회의에서 실적을 이야기 하는 게 400일이 소요됐다고 했다. 400일 걸리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서는 우리의 미래를 논하긴 어렵다. 현 시점에는 대한민국을 위한 `시대적 어젠다`라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지도자들이 이러한 어젠다를 공유하고, 같이 선언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는 좀더 커다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리=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