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드라마, 영화를 볼 때 내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만들고 싶은 순간이 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죽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로 접어들 때 독자는 실망하고 이탈한다. 하지만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긴 힘들다. 이용자마다 취향과 가치관이 달라 원하는 것도 천차만별이다.
웹소설 플랫폼 `판다플립(Pandaflip)`은 기존 작품 연재뿐만 아니라 독자나 복수의 작가가 하나의 원작에서 시작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사이트와 앱에서 독자와 작가가 상호 소통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 서비스 이름에 `책장을 넘기다` `이리저리 오가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플립(flip)`을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선용 판다플립 대표는 “판다플립은 독자와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하는 웹소설 특징을 강화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의견 반영 수준이 아니라 결말과 이야기 진행을 여러 갈래로 나눠 많은 독자가 자기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선택하도록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공동작품란에 복수의 작가가 모여 하나의 원작을 놓고 다른 이야기를 연재한다. 독자가 직접 참여해 원하는 결말로 이야기를 쓰는 서비스는 잠시 중단했다. 향후 독자가 연재하는 자유연재란에도 `갈래` 기능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독자가 직접 여러 갈래로 양질의 이야기를 쓰려면 독자 수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면서 “이야기는 독자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야 만족도가 가장 높은 만큼 자유연재 활성화에 따라 해당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서비스 출시 뒤 1년여 만에 회원 6000명을 확보했다. 회원 수는 많지 않지만 이용자 충성도가 높다. 회원수 대비 결제율은 26.2%, 재결제 비율은 66.4%에 달한다. 결제 금액이 온라인에서만 4500원이다. 종이책 구매까지 합치면 8000원을 넘는다. 주간이용자수(WAU)는 중복을 제외하고 앱 1800명, 웹 1000명이다. 매달 활동하는 이용자 중 3분의 1이 유료로 이용한다.
이용자·작가와 빠른 소통에 집중한 결과다. 다른 콘텐츠 플랫폼은 수익배분 요율을 바꾸거나 내부 체계를 바꿀 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데이트 사전공지나 서버가 다운될 때 사과 등이 부족하다. 판다플립은 빠른 사전공지와 꼼꼼한 동의 절차를 마련했다. 지난달 독자와 소통하는 행사 `판다와의 수다`도 개최했다.
올해 독자 소통 행사를 분기마다 개최, 독자 의견 반영을 강화한다. 내실을 다진 만큼 양질 의 콘텐츠 확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으로 독자를 확대한다. 이미 구축된 독자 이용 문화를 지원하도록 사용자환경(UI)도 강화한다.
이 대표는 “이용자 확대와 소통하는 문화를 동시에 강화할 것”이라면서 “회사 비용으로 세계 3대 도서전에 참가하는 등 직원에게 보상과 가시화된 비전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