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인공지능(AI) 바둑 개발에 나섰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AI 바둑 개발을 단순히 바둑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AI 기술력이 크게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의 이유다.
국내 AI 바둑 프로그램은 누리그림이 보유한 `돌바람`뿐이다. 과거 돌바람은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세계컴퓨터바둑대회(UEC) 우승 경력도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AI 바둑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면서 크게 뒤처졌다.
돌바람도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 후원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 싱톈이나 일본 딥젠고 모두 텐센트, 드완고 등 자국 내 대기업이 개발하거나 후원했다. AI 기술자의 대거 투입이 가능한 배경이다.
국내 대기업은 AI 바둑을 단순한 바둑 게임으로만 생각한다. AI 바둑을 사업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I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바둑은 AI 핵심인 딥러닝이나 강화 학습을 하는 데 가장 좋은 도구다. AI 바둑으로 AI 엔진 기술을 확보,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AI 시스템을 개발한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해 알파고를 개발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단순히 AI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장 인간다운 AI 개발을 위해 바둑을 활용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완승을 거둔 후 다시 고도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 프로기사와의 대국은 AI 기술을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AI 바둑이 중국과 일본에 뒤처진다는 것은 AI 기술 경쟁에서 지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본다. AI 전문가는 14일 “우리나라도 바둑을 활용한 AI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현 상태라면 앞으로 AI 시장 주도권을 중국과 일본에 빼앗긴다”고 우려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