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贊反 논쟁]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어느쪽이 맞나요?

지난 7일 법원이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불허 판결을 내렸고, 1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이에 독자들의 객관화된 판단과 선택을 돕기 위해 월성원전 1호기 계속 원전의 찬반 양측 의견을 공히 싣는다.

안전규제 행정은 명료해야, 특정 기준 위법성 따지는 것은 무리

[지상 贊反 논쟁]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어느쪽이 맞나요?

원자력 안전 규제는 국가마다 고유한 법체계가 있고, 나름대로 특수성도 존재한다. 지난 7일 법원의 계속운전 허가 취소 판결은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이번 소송과 관련 주요 쟁점은 안전성 평가와 비교표 미비, 원안위 위원 자격 등이다.

원전을 장기간 가동하게 되면 일정 시점에서 안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여기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방식과 캐나다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매 10년 주기로 안전성평가(PSR)를 한다. 이에 비해 후자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시점에 단 한 번 안전성 평가를 한다. 전자는 미리 설비를 교체한 후 평가하고, 후자는 평가를 한 후에 설비를 교체한다.

우리나라는 IAEA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캐나다가 30년에 한 번 하는 안전성 평가를 우리는 10년마다 하면서 매번 격차분석(Gap Analysis)으로 필요한 조치를 해 왔다. 그리고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시점에 다시 안전성을 평가해 설계수명 기간을 연장하는 운영변경 허가를 한다. 이는 캐나다와 접근 자체가 다르다.

비교표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그렇다. 캐나다는 계속운전 재허가(Renewal)이기 때문에 비교표는 최초 운영허가와 재허가 사이에 있는 기술 기준 변경 사항을 모두 반영하지만 우리는 변경이 있을 때마다 비교표를 제출받아 계속 업데이트한다. 이 때문에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에서도 최근 변경 사항만 비교표에 담게 되는 것이고, 제출 서류도 캐나다와는 당연히 다르다.

계속운전 허가를 심의하기 전에 미리 설비 교체를 하면서 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과장 전결로 운영 변경 허가를 한 것이 문제되고 있다. 그런데 운영 변경은 허가 사항이지만 위원회 심의 대상은 아니다. 그리고 설비 교체는 2007~2009년에 이뤄졌다. 당시에는 심의·의결기구, 즉 원안위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원고 측은 9명의 위원회 위원 가운데 2명이 한국수력원자력 사업에 관여했다며 결격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업`이라 함은 계속성, 반복성, 대가성을 속성으로 한다. 원안위 위원 이전에 외부 전문가로서 한수원 회의에 일시 참석한 것이 과연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안전성 평가 기술 기준에 대해선 캐나다 규제 기관인 CNSC의 기술 기준 R-7~9 등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문제가 제기됐다. 원안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은 계속운전을 심사할 때는 `최신 운전 경험과 연구 결과를 반영한 기술 기준`을 활용해 평가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기술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계속운전평가지침에서 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R-7~9가 제외돼 있다.

캐나다도 R-7~9는 1981년 이후 건설 허가에서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월성1호기는 1978년에 건설 허가가 있었다. 그럼에도 월성 1호기는 R-7~9에서 요구하는 안전 성능 목표를 달성하는지 별도 심사했고, 그 결과가 원안위에 보고돼 심의도 마쳤다.

A 제도가 좋은지 B 제도가 좋은지 입법 정책 차원에서 논의할 순 있지만 캐나다의 계속운전제도를 기준으로 위법성을 따지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안전 규제 행정은 명료해야 한다.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 처분을 1년 반 동안 반복해서 검토했지만 현행 법률과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서규영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kys@kgls.or.kr

법원 수명 연장 취소 판결이 던져 주는 희망의 메시지

[지상 贊反 논쟁]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어느쪽이 맞나요?

서울행정법원은 7일 경북 월성원전 근처 주민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계속운전 결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법원도 인정한 셈이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결정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한국수력원자력은 계속운전 변경 허가 신청 때 설비 교체 등 변동 내역 등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아 원안위가 적법한 심의·의결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대대적인 압력관 교체 등 계속운전 심사를 전후해 운영 변경 허가에 해당하는 설비 교체가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허가는 원안위가 아닌 소속 과장 전결로 처리됐다. 독립되고 공정한 심사를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원자력 사업자인 한수원 사내 위원회에서 활동한 사람은 원안위 위원으로 임명되는 경우 무자격자가 돼 당연 퇴직된다. 그런데 퇴직돼야 할 원안위 위원 2명이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 변경 허가 심의·의결 과정에 참여했다. 안전성 평가에선 최신 기술 기준으로 수행해야 하지만 R-7 등과 같은 최신 기술 기준을 평가하지 않았다. R-7 등을 적용할 경우 월성 1호기 안전성 평가가 어떠한지에 대한 원안위의 심의도 없었다.

이번 법원 판결은 원안위가 독립성·공정성을 가질 수 있는 기관으로 환골탈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원안위가 심의·의결할 사안을 소속 과장 전결로 처리해서도 안 되고, 사업자와 관련 있는 사람이 활동해서도 안 된다. 오랜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원전의 계속운전에 대해 최신 기술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기술 투자와 엄청난 규모의 재정 지출이 수반된다. 설계수명이 다 돼 가는 원전의 계속가동 판단은 더 어려워질 것이고, 사실상 원전 수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에너지 정책 부문으로는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을 시사한다. 지난해 경주 지진은 경주 지역은 물론 사회 전반에 원전이 안전하다는 꿈을 깨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잠시 잊은 듯한 일본 후쿠시마 재앙을 상기시켰다.

이번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이 번복되지 않길 기대한다. 재판 과정에서 월성 1호기 계속가동을 위한 허가신청단계, 심의·의결단계 등에서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도 탈핵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번 판결은 역사의 진로를 조금 앞당겨 주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장기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투자 전망을 밝게 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한국 사회 적폐 청산을 외치는 것처럼 에너지도 원자력 적패 청산을 통해 탈핵으로 나아갈 것이다. 원전보다 안전한 신재생에너지에 희망을 걸고 햇빛발전소가 한 개라도 더 지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정일 환경법률센터 소장(변호사) reon3304@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