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탑승하면 차량 내부 카메라 센서가 운전자 얼굴을 인식하고 시트, 미러, 공조장치 등을 개인맞춤 설정에 따라 조정한다. 운전이 시작되면 운전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리스트를 추천하고, 목적지까지의 최적 경로를 계산해 보여준다. 차가 고속화도로에 진입하면 자율주행 모드로 변경돼 차량 스스로 주행을 시작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주차장으로부터 빈 공간 정보를 전달받아 주차를 완료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차량 전면의 윈드실드(앞유리)를 통해 표시된다.

이 상황은 현대모비스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가해 선보인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의 일부다. 여러 돌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도 놀랍지만, 다양한 정보들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증강현실을 적용해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기술은 매우 새롭다.
이 기술은 차량 내부의 정보를 전면 유리에 단순히 표시해주는 HUD에서 한발 더 나아간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 HUD) 기술이다. 다양한 주행환경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현실에 덧입혀 투영해 주기 때문에 운전자는 쉽게 운전에 집중할 수 있고, 갖가지 정보들에 대해서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
HUD는 표시되는 정보의 양과 디스플레이 색상 및 화질 등에 따라 3단계로 발전해왔다. 이처럼 고해상도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 기술이 결합된 AR HUD는 3세대 HUD에 해당한다.

1990년대 초부터 2010년대까지의 1세대 HUD는 단일 색상 저화질 디스플레이에 차량 속력, 연료 잔여량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만을 나타냈다. 2010년 이후부터 등장한 2세대 HUD는 기본적인 차량 정보에 더해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경로 및 제한 속도 등의 정보를 풀 컬러의 선명한 영상으로 표시해준다.
HUD는 초기에는 단순한 편의장치로 인식돼 고급차량 위주로 적용됐다. 최근에는 안전 편의 장치로 개념이 전환되면서 중소형 차량으로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과거에 비해 운전자의 주의집중을 흐리는 방해요인들이 많아지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HUD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HUD가 적용된 차량은 2012년 80만대 수준에서 2015년 200만대로 매년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현 추세대로라면 2018년에는 500만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윈드실드 HUD 외에도 표준화가 가능한 컴바이너 HUD가 보급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윈드실드 HUD는 말그대로 차량 전면의 비구면 유리를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광학적으로 설계하기가 까다롭다. 또 차종마다 전면 유리의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차종별로 새롭게 설계해야 해 표준화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컴바이너 HUD는 `컴바이너`라고 불리는 직사각형의 디스플레이를 별도로 두고 여기에 각종 정보들을 표시하기 때문에 공간만 확보가 되면 차종과 무관하게 모듈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아무래도 크기가 작은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다 보니 표시되는 내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윈드실드 HUD와 컴바이너 HUD 자체 기술을 확보해 양산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 자율주행 환경을 대비한 AR HUD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을 하기 시작하면 의자를 뒤로 젖혀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화를 보게 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