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영업이익을 낸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사업 구조 고도화에 뭉칫돈을 푼다. 산업 특성상 유가 등 외부 환경에 따라 업황이 급변할 수 있어 사업 구조 다변화, 신사업 발굴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정유업계는 특히 본업인 정제 사업 부문 대비 부가 가치가 높은 비정유 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지난해 정유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3조원을 넘어선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국내외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확대에 연내 최대 3조원을 쏟아 붓는다. 석유화학 사업 확대, 석유 개발 분야 국내외 M&A, 지분 인수 등 추진과 배터리 공장 증설 및 배터리 분리막 생산 능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이달 초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을 3억7000만달러(약 4260억원)에 인수하며 고부가가치 화학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에쓰오일도 석유화학 다운스트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 4조8000억원을 투자, 울산공장에 대규모 정유·화학 복합 시설을 짓고 있다. 내년 4월에 완공되면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원유찌꺼기)를 이용, 고부가 제품인 휘발유·경유를 뽑아내는 동시에 연 40만5000톤의 폴리프로필렌(PP)과 연 30만톤의 산화프로필렌(PO)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범용 제품인 프로필렌 생산에 그치지 않고 부가 가치가 높은 가공 제품까지 생산,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들 제품은 자동차 내장재, 가전제품 외장재·단열재, 우레탄 소재로 쓰인다.
현대케미칼은 2020년까지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비정유 분야에서 거둔다는 전략에 따라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케미칼 등 비정유 자회사 사업 확대를 지속 검토한다. 이와 더불어 내년까지 고도화 설비를 업그레이드, 현재 업계 최고인 39.1% 고도화 비율을 40% 중반까지 높인다. 기존의 정유 공장 운영을 최적화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화학 분야에서 업계 수위를 다투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가운데 서로 상반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생산 라인 확보에 속도를 내는 반면에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 생산을 지속 늘린다.
LG화학은 메탈로센계 촉매를 사용한 폴리올레핀(PO), 고기능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친환경 합성고무 등 고부가 가치 제품 매출을 현재 3조원에서 2020년 7조원까지 갑절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9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 NCC 증설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폴리에틸렌(PE), 모노에틸렌글리콜(MEG) 등 범용 제품 생산을 지속 늘리고 있다. 원료 다변화 정책 일환으로 NCC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ECC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롯데케미칼 ECC 에틸렌 생산 능력 비중은 오는 2019년에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CC는 NCC 대비 생산 제품이 한정되지만 앞으로의 유가 변동에 효과 높게 대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9일 “범용 제품 생산 능력을 늘리는 롯데케미칼은 원가 경쟁에 대비, 다양한 저가 원료원 확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들 두 기업의 투자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관심사”라고 예의 주시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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