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후체제와 미세먼지 문제 등 영향으로 우리는 이제 좋든 싫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공언했으며 이 기준에 맞춰 산업과 사회 시스템 전반을 바꿔야 한다. 국가 전력 수급의 약 70%를 책임지고 있는 전력 공기업 역할이 중요해졌다.
◇의무에서 필수로 바뀐 신재생에너지 사업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다. 화력발전에 비해 전력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의무량을 어떻게 채울지 방법이 없다. 과징금으로 메꾸는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도입됐을 당시 의무사업자로 지정된 전력그룹사는 불만만 가득했다. 원전과 석탄화력, LNG 발전에 비해 신재생에너지는 투자비 대비 수익성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적자사업이지만 신재생 의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대응해 왔다.
여건도 좋지 못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부지 확보 과정에서 여러 입지규제에 부닥쳤고,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으로 자재비·시공비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에너지 분야 공룡기업 시장 독식을 우려하며 공기업 참여를 바라보는 신재생 업계 시각도 부정적이었다.
RPS 시행 5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과거처럼 화력발전과 신재생의 전력생산 원가를 비교하는 그리드패리티에 대한 언급도 크게 줄었다. 대형 공기업 참여에 대한 불만은 다른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법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발전공기업 6개사가 설치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수력과 혼소발전을 제외해도 총 1245㎿를 기록, 원전 1기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RPS 의무 불이행 과징금도 크게 줄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각 발전공기업이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고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신재생공급인증서(REC)도 많지 않아 과징금으로 대신해왔었다. 하지만 관련 규제 개선과 함께 공기업들이 사업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제도 시행 3년 만에 이행률이 78%에 달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였다.
◇투자도 규모도 UP, 덩치 키우는 신재생
이제는 RPS 의무량 중 절반 이상을 자체 신재생 설비 건설을 통해 채워나갈 정도로 신재생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신기후체제가 조기 발효되면서 기껏해야 10㎿ 안쪽에 머물던 사업도 점차 자본이나 규모 면에서 크기를 더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신재생 사업을 RPS 의무 이행 차원에서 진행했다면 점차 수익을 위한 주력 발전시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신재생 사업 규모가 커지며 정부 차원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주요 지자체가 지역 입지규제를 자발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협약을 맺었다. 신재생 단지 입지 제한을 최소화하고, 지자체별 조례와 내규 신설을 통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에너지신산업을 중심으로 신재생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면서 RPS 의무량도 2018년 4.5%에서 5.0%로 2019년 5%에서 6%로 상향했다. 여기에 환경규제 철폐와 함께 주민참여 활성화, 소규모 신재생 설비 전력계통 접속 애로 해소, 주택·학교 태양광 인센티브 강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전개하고 있다.
2018년까지 발전공기업 6개사가 계획 중인 신재생 사업 투자 규모는 총 3조7000억원 수준으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투자액인 1조1000억원의 두 배가 넘게 지출할 예정이다. 이중 태양광과 풍력 부문에 전체 73%가량이 투자되고, 연료전지에 17.9%, 기타 신재생에 8.5%가 쓰일 예정이다.
대규모 신재생 사업에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를 유지해 민간 참여를 계속 독려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충북 태양광(40㎿),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50㎿), 고흥 풍력(40㎿), 대정 해상풍력 100㎿, 송도 연료전지(40㎿) 등을 중심으로 민간기업 참여 사업으로 진행, 민간 투자와 함께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도 추진할 예정이다.
신재생 사업 확대 노력은 해외시장 개척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일본 등 선진시장에서도 신재생 사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며 우리나라 에너지신산업 경쟁력을 알리고 있다. 국내 신재생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하면서 관련 기업 해외 실적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향후 세계 에너지 시장은 온실가스 감축 추세와 함께 화력발전보다 신재생 관련 사업 발주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와 전력그룹사는 에너지자립섬, 신재생에너지+ESS, 지역단위 신재생 분산전원 등을 한국형 신재생 사업모델로 정착시켜 에너지신산업 수출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발전6사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획 비교, (단위:억원), 자료:각사 취합>
<2017~2018년 전력그룹사 주요 신재생 SPC 프로젝트,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