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쥐 실험을 통해 뇌 안의 해마가 길 찾기, 공간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앞으로 공간 인지에 관련된 인공신경회로, 인공지능(AI) 개발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고려대(총장 염재호) 최준식 심리학과 교수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과 공동으로 공간·사건·상황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해마 `장소세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장소세포`는 해마에서 발견된 뇌 내 영역이다. 장소를 인지하고 좌표를 파악해 길 찾기에 도움을 준다. 그동안 학계는 모든 장소세포가 공간 정보를 같은 방식으로 인식한다고 봤다. 반면에 연구팀은 장소세포가 공간 정보, 비공간 감각 정보를 구분해 인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가 여러 형태의 트레드밀(러닝머신)을 걷게 했다. 거칠거나 부드러운 바닥, 돌기가 튀어나온 바닥을 구현해 위치 및 환경 정보를 인지하게 했다. 그러면서 쥐 해마에 미세 전극을 삽입, 수백 개에 이르는 장소세포의 활동을 기록했다. 쥐의 일부 장소세포 그룹은 특정한 트레드밀 위치에서 발화했다. 연구팀인 이 공간세포들을 공간 위치 좌표를 인식하는 세포로 봤다.
또 다른 장소세포 그룹은 위치와 관계없이 돌기와 같은 `촉각 단서`에 반응, 발화했다. 촉각 단서의 위치를 다른 장소로 옮겼을 때에도 유사한 발화 양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요 지형 지물을 감각으로 인식하는 세포 그룹으로 봤다.
각각의 장소세포 정보는 해마 위·아래 부분에 나뉘어 저장된다는 것도 발견했다. 두 종류의 장소세포는 해마 안에서 서로 다른 층으로 배열됐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장소세포가 수평으로 분포한다고 여겼다.
최 교수는 “해마 신경회로가 공간 위치를 인지, 저장하는 방식을 규명해 인간의 뇌가 다양한 대상과 개념을 부호화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뇌손상 환자들을 위한 인공신경회로 개발, 자연지능과 결합한 AI 시스템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