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ESS REC 가중치 5.0` 태양광발전사업자엔 `그림의 떡`

“견적서는 제공하겠지만 아직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가격이 비싸 태양광발전사업 연계시 경제성 확보가 힘듦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공장 외 민간 태양광발전사업자에 ESS 솔루션을 공급한 사례도 아직 없어 정확한 시세도 형성이 안됐고요. 정말 ESS 설치를 결정하면 배터리 공급사와 협의를 통해 솔루션 공급가격을 조금 낮출 수는 있습니다.”

한 대기업이 태양광발전사업자에 제공한 태양광 연계 ESS 견적서.
한 대기업이 태양광발전사업자에 제공한 태양광 연계 ESS 견적서.

서울의 한 태양광발전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500㎾ 규모 발전소에 ESS 솔루션을 설치하고자 견적서를 요청하고 들은 답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명한 ESS 솔루션을 공급하는 대기업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직 비싼데 정말 ESS를 설치하겠냐`는 얘기였다.

견적서에 명기된 가격을 보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500㎾ 태양광발전소 건설비용이 약 8억원인데, 이를 연계할 수 있는 1.5㎿(발전설비 용량의 3배)규모 ESS 솔루션 설치비가 그보다 더 비싼 9억3500만원(부가세 포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태양광발전소에 ESS를 설치해 생산한 전력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5.0을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올해까지 가중치 5.0을 적용하고 내년부터는 보급 여건을 점검해 가중치를 조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REC 가중치 5.0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올해 `태양광+ESS` 연계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한다.

250㎾h급 ESS.
250㎾h급 ESS.

하지만 경제성이 발목을 잡는다.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500㎾ 태양광발전소를 8억원을 투자해 건설하면 투자비 회수기간이 약 7~8년 걸린다. 그런데 태양광+ESS 연계시스템으로 구축하면 투자비 회수기간이 10~12년으로 늘어난다. 여기에는 REC 가중치 5.0을 부여하는 것도 포함됐다.

가중치 5.0을 받으려면 태양광발전설비가 생산한 전력을 ESS에 충·방전 해야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20~30% 정도의 전력손실이 생긴다. 결국 가중치는 높지만 모수인 전력량이 충·방전 과정에서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 수익개선 기여도가 기대보다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설비 투자비가 큰 만큼 이를 융통하는 것도 녹록치 않다. 올해부터 `전력도매가격(SMP)+REC` 장기고정가격계약 제도가 도입됐지만, 가중치가 높은 프로젝트일수록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는 구조다. SMP가 오를 때마다 태양광+ESS 연계사업장 REC 판매 수익은 일반 발전소에 비해 5배 더 쪼그라든다. 투자비도 리스크도 큰 사업을 금융권에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태양광발전사업자의 목소리다.

한국서부발전의 은하수 태양광 발전단지. 서부발전은 이 발전소에 ESS 시스템을 연계했다.
한국서부발전의 은하수 태양광 발전단지. 서부발전은 이 발전소에 ESS 시스템을 연계했다.

한 태양광발전사업자는 “정부가 태양광발전소와 ESS를 연계하면 가중치를 높게 부여한다고 발표해 다방면으로 알아봤으나 경제성 때문에 `그림의 떡`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정부가 ESS 보급 의지가 있다면 REC 가중치 상향같은 간접 지원이 아닌, 구매보조금 등 직접 지원 정책을 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관련 문의가 많아 조만간 민간 태양광+ESS 연계사업 설치확인이 이뤄질 것”이라며 “ESS 설치용량을 얼마나 산정하느냐에 따라 태양광+ESS 연계사업 수익성이 갈리기 때문에 적정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