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 분야 대기업에서 설계업무를 하던 60세 A씨는 아파트 단지 전기기사로 근무 중이다. 1년 계약직인 A씨가 손에 쥐는 연봉은 2000만원 남짓이다. 그가 쌓은 설계 경력만 30년이 넘지만, 현재 그의 업무와 무관하다.
#대기업에서 생산관리직으로 근무하던 50대 중반 B씨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면서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 등으로 이직을 거듭했지만, 현업에서 그가 일할 자리는 없었다. 현재 물류업체 파트타임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중소·중견기업 4곳 중 1곳은 올해 중장년 채용직종으로 단순노무직을 꼽았다. 노하우와 기량을 겸비한 중장년 인력이 저임금 단순 업무로 내몰리는 `우울한 꽃중년`을 겪는 셈이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는 21일 `2017년 중소·중견기업의 채용계획 및 중장년 채용인식 실태조사` 결과에서 이같이 밝혔다. 협력센터는 채용정보 사이트 `잡서치`와 함께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 102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중장년 채용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561개사는 단순노무직(24.1%)으로 중장년 인력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뒤를 이어 사무관리직(22.5%), 생산품질직(19.9%), 연구기술직(18.9%), 영업마케팅직(14.6%) 순이었다.
단순노무직 중장년 인력 대우는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단순노무직으로 채용된 중장년 직급은 사원·대리급(46.4%), 직급없음(39.5%)이 대부분이었다.
차이는 연봉에서도 드러났다. 실제로 중장년 인력을 채용한 기업 41.8%는 단순노무직 연봉으로 2000만원 내외를 지급했다. 반면 연구기술직은 5000만원 내외가 가장 높은 비율(25.7%)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중장년 인력 인식은 긍정적이었다. 중장년 채용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기업은 70.5%였다. 중장년 직원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30.2%), 업무 충성심과 성실도(27.8%)를 높게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채용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년 인력이 경력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손해”라며 “고급능력을 갖춘 중장년층을 중소기업이 채용할 수 있도로고 정부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명한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중장년을 채용했던 기업 대다수가 경영성과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지만, 인력 미스매치로 중장년 채용이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중장년 재취업 지원사업을 적극 전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소·중견기업 올해 중장년 채용 계획(단위 : 개사)(자료 :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중소·중견기업이 채용한 중장년 인력 직종별 연봉수준(단위 : 개사)(자료 :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