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리뷰] ‘화랑’ 1500년 전 꽃청춘들의 성장보고서

사진=화랑 캡처
사진=화랑 캡처

‘화랑(花郞)’ 찬란하게 빛난 꽃청춘들의 성장보고서가 마침표를 찍었다.
 
2월 21일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花郞)’(연출 윤성식 김영조/극본 박은영/제작 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이 20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지난 해 1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3개월 동안 안방극장을 가득 채웠던 7인7색 청춘의 향연은, 눈부시도록 찬란한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했다.


 
‘화랑’ 20회에서는 모든 갈등이 해결됐다. 먼저 선우(박서준 분)와 삼맥종(박형식 분)은 진정한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두 남자는 왕좌를 두고 서로 칼을 겨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왕으로서 삼맥종의 포부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우였기에, 그는 성골의 피를 이어받았음에도 왕좌를 포기했다. 그리고 더 나은 신국을 위해 진흥으로 거듭난 삼맥종과 손을 잡았다.
 
박영실(김창완 분)이 삼맥종이 아닌 선우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하겠다 선언한 순간, 선우가 화랑들을 이끌고 정전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는 큰 소리로 “진흥폐하 만세”를 외친 뒤, 박영실의 목에 칼을 겨눴다. 삼맥종을 제거하려던 세력은 선우와 화랑들에 의해 제압됐고, 이를 기반으로 삼맥종은 진정한 왕 진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왕과 화랑.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백성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똑 같은 벗 선우와 삼맥종은 이렇게 같은 곳을 향해 걷게 된 것이다.
 
로맨스 역시 해피엔딩을 이뤘다. 삼맥종은 아로(고아라 분)를 향한 외사랑을 거두고, 아로의 목숨을 지킨 뒤 그녀를 선우에게 보내줬다. 숙명(서예지 분) 역시 선우에 대한 사랑을 멈췄다. 이를 통해 선우와 아로는 서로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결국 화랑으로서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던 선우는, 왕경으로 돌아와 아로에게 달콤한 청혼을 했다. 먼 길을 돌아온 두 사람인 만큼, 해피엔딩 로맨스가 더욱 큰 애틋함으로 다가왔다.
 
지소(김지수 분)은 죽기 전 아들 삼맥종과, 자신이 사랑한 남자 안지공(최원영 분)에게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결국 삼맥종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어머니 앞에서 오열했다. 안지공도 지소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꺼내 놓았다. 지소를 향해 순수한 짝사랑을 했던 수호(최민호 분)의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진 가운데, 지소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삼맥종이 아닌 진흥으로서 천년 왕국의 대계를 시작한 삼맥종. 그런 삼맥종 곁에서 누구보다 든든한 벗이자 조력자로 선 선우와 화랑들. 뜨거운 열정을 갖춘 이들의 힘찬 말 발굽 소리와 함께 ‘화랑’은 찬란한 마지막 장을 채웠다.
 
지난 해 12월 첫 방송을 시작한 ‘화랑’은 3개월 동안 안방극장을 7인 7색의 청춘의 향연으로 가득 채웠다. 7인 청춘들은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부딪혔다. 슬픔의 눈물도 흘리고, 성장통도 겪었다. 이를 통해 1500년 전 꽃 같은 청춘들은 누구보다 훌륭하고 멋진 존재로 성장했다.
 
여기에 묵직한 메시지가 더해지며 ‘화랑’은 더욱 깊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극중 화랑들은 ‘골품’이 상징하는 기성세대의 구태의연함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들의 길을 만들어냈다. 막무가내에 제멋대로였지만 한 뼘씩 성장하는 1500년 전 화랑들의 모습은 2017년, 지금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부딪히는 것이 얼마나 찬란한 것인지 깊이 각인시켰다. 청춘사극으로서 ‘화랑’의 가장 큰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무더웠던 여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부딪힌 ‘화랑’ 배우 및 제작진의 땀방울이 3개월 동안 시청자의 가슴을 두드렸다. 서툴지만 그래서 더욱 눈부셨고, 더욱 사랑스러웠던 청춘들의 매력과 ‘화랑’의 여운은 당분간 계속 시청자의 마음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희진 기자 (lee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