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SS 현지 좌담회]식어가는 대한민국 엔진, 의료IT로 살리자

2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HIMSS 2017` 행사에서 우리나라 의료IT 기업, 병원 관계자가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HIMSS 2017` 행사에서 우리나라 의료IT 기업, 병원 관계자가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대한민국 새 엔진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헬스케어 산업이 부상했다. 우리가 자랑한 의료 서비스와 ICT를 결합해 산업육성과 국민건강을 담보하는 해결사로 관심을 모은다.

미래 세계경제 패권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달렸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우리나라 의료정보 기술은 조금씩 가능성을 확인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분당서울대병원, 이지케어텍,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병원정보시스템(HIS) 수출이 성공하고 부터다.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의료정보 축제 `2017 세계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 현장에서 국산 HIS 수출 주역이 한데 모여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 미래와 발전방안을 들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준연 SK텔레콤 헬스케어산업본부장

△변남수 에이치스퀘어 대표

△백롱민 헬스커넥트 대표

△에릭킴 미국 오로라 비헤이비어럴 헬스케어 부회장

△위원량 이지케어텍 대표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

※사회=정용철 전자신문 SW콘텐츠부 기자

◇사회(정용철 전자신문 SW콘텐츠부 기자)=매년 열리는 HIMSS에는 1500개 기업, 4만3000명 이상 참가자가 모인다. 의료정보 분야 최대 행사인데, 올해 주요 트렌드는 무엇인가.

◇황희(분당서울대병원 CIO)=작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데이터 상호 운용성, 클라우드 등은 작년에도 화두였다. 다만 올해는 좀 더 구체화됐다. 아테나헬스, 이클리니컬웍스 등 클라우드 EMR 업체는 작년만 하더라도 작은 부스를 마련했지만 올해는 대규모로 꾸려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또 행사 메인을 이루던 EMR 솔루션을 넘어 그 다음이 무엇인지도 조금씩 논의된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이 대표적이다.

◇변남수(에이치스퀘어 대표)=헬스케어 산업에서 화두인 정밀의료가 이번 HIMSS에서도 논의된다. 정밀의료 핵심은 데이터다. 개인 신체, 운동량, 질병, 유전자 등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분석할지, 그리고 분석된 결과를 어떤 사업 영역에 활용할지가 구체화된다.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과 제품이 전시돼 벤치마킹이 필요할 것 같다.

◇김준연(SK텔레콤 헬스케어산업본부장)=융합이 강조된 것 같다. 이 역시 핵심은 데이터다. 의료기기와 의료 행위 영역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표준화할지 관건이다. 생성된 개인 질병, 건강정보가 유전체 데이터, 생활습관 정보 등 새로운 유형의 정보와 결집되는 기술이 가시화된다. 구체화되면 미래 정밀의료 기반이 될 것이다.

◇에릭킴(미국 오로라 비헤이비어럴 헬스케어 부회장)=정신의학적 헬스케어 영역도 확장된 것 같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개발한 `베스트케어 2.0 B`와 같이 정신과에 특화된 솔루션이 나온 게 대표적이다. 정신과는 진료와 진단, 치료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HIS를 포함해 심리적 치료를 돕는 가상현실 솔루션도 보인다. 5년 안에는 더 많은 솔루션이 나올 것 같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2017 HIMSS` 전시장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왼쪽부터)변남수 에이치스퀘어 대표, 위원량 이지케어텍 대표,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 백롱민 헬스커넥트 대표가 의료IT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2017 HIMSS` 전시장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왼쪽부터)변남수 에이치스퀘어 대표, 위원량 이지케어텍 대표,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 백롱민 헬스커넥트 대표가 의료IT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사회=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은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 6개 병원에 국내 최초로 HIS를 수출했다. 최근에는 의료정보 본고장인 미국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병원과 기업 간 협업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전상훈(분당서울대병원장)=HIS 수출은 병원, IT서비스 기업, 대형 통신사 간 완벽한 파트너십이 주효했다. 사실 대기업 입장에서는 HIS 수출이 큰 비즈니스가 아닐 수 있다. 우리는 프로젝트 가치를 높였고, SK텔레콤이 많은 양보를 하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지케어텍이 가지지 못한 해외 사업 경험을 SK텔레콤이 가진 게 컸다. 이번 미국 수출도 마찬가지다. 다음 목표인 중국시장도 이런 파트너십이 유지된다면 진출이 원활할 것이다.

◇위원량(이지케어텍 대표)=우리 컨소시엄은 개발자(이지케어텍)와 사용자(분당서울대병원), 가치를 높여주는 메이커(SK텔레콤)까지 한 데 모였다. 의료IT에 대한 기술력과 사용자 입장에서 검증하는 병원,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가진 기업까지 모여 하나의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 어느 기업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김준연=서로 다른 기업, 병원이 만나다 보니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우리는 세 가지 프로세스로 이 벽을 넘었다. 우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고,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을 이뤘다. 그 결과 서로의 역할이 구분됐다. 자연스럽게 신뢰가 구축됐고 좋은 성과까지 나왔다. 이 중심에는 리더십을 가진 병원 역할이 컸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회사가 있더라도 사용자(병원)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사업 과정에서 분당서울대병원이 함께 한다는 것은 신뢰를 쌓게 했다.

◇사회=HIMSS는 1500개가 넘는 의료 IT 기업이 모인 세계 최대 행사다. 하지만 수년째 우리나라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이지케어텍만이 참여한다. 다른 국제 행사에서도 유독 의료IT 기업 참여가 저조한데, 이유는 무엇인가.

◇변남수=국내 많은 기업은 올인원으로 통합된 솔루션에 집중한다. 여러 솔루션을 하나로 모아야 완성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해외 사업에 있어 개별 솔루션을 사업화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제 전시행사도 마찬가지다. 올인원 솔루션이 없다고 참여 못할 이유는 없다. 국가 차원에서 도움을 받거나 분당서울대병원, 이지케어텍처럼 대형 협력사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법도 좋다.

◇황희=세계 최대 의료IT 행사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많다. 실제로 많은 기업, 정부 관계자가 행사장을 찾는다. 다만 행사에 관심이 있는 것과 부스를 마련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국내 많은 의료IT 기업이 있지만 국제 행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전시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HIMSS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거나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성격과 맞지 않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들고 나와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다.

◇사회=의료IT는 헬스케어 산업을 고도화하고 선도할 영역으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국내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 의료와 IT 역량과 비교해 열악하다. 곧 들어설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사안은 무엇이 있나.

◇백롱민(헬스커넥트 대표)=우리나라에서는 헬스케어가 산업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보다는 복지 측면이 강하다. 산업이 되려면 투자하고 회수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병원만 하더라도 투자할 여력도 없지만 투자한다고 해서 회수하는 구조가 아니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런 부분에 개선이 필요하다. 정당한 이익을 재투자에 쓸 수 있도록 회수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김준연=차기 정부는 헬스케어 영역에서 사회적 컨센서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많은 이해당사자 합의를 도출하는 데 부족했다.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고 싶은 대기업은 많지만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진입이 쉽지 않다. 정치적 이해관계도 있겠지만 대의적 차원에서 서로가 상생하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상훈=정부가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생명과 연관된 헬스케어 산업은 더욱 그렇다. 결국 정부는 사용자 요구사항, 산업 트렌드에 적절히 보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규제가 대표적이다. 규제를 해소하기 보다는 효율화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 의료IT 기업 개발 수준은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다고 본다. 하지만 개발한 결과물을 상용화하려면 각종 규제가 가로막는다. 수년째 제자리 걸음인 원격의료도 기술력은 있지만 사용을 못하게 한다. 세상이 IT로 하나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만 고립되는 상황이다. 산업적 측면을 넘어 공공의료 역할 강화와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한다.

◇위원량=정부 역할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생태계 조성이다. 상당한 예산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투입된다. 이제는 그런 예산보다는 넓은 의미에서 생태계 조성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령 병원이 IT에 투자해 환자 진료에 효과를 거뒀다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병원은 인센티브를 IT 시스템 구입이나 인력 채용에 재투자할 것이고, 결국 병원, 기업, 환자, IT종사자 모두가 `윈-윈`하는 생태계가 구축된다. 연구비를 쪼개 지원하고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보다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HIMSS2017` 전시장에서 열린 현지 좌담회에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CIO가 의료IT 발전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HIMSS2017` 전시장에서 열린 현지 좌담회에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CIO가 의료IT 발전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회=IT강국이지만 의료IT 양소국인 우리나라에서 병원과 기업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전상훈=병원 역할이 중요하다. 병원에는 환자, 의료인, 보호자 등 다양한 수요자가 모여 있다. 그렇다보니 헬스케어 산업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혁신이 요구되는지 누구보다 병원이 먼저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병원 생존력 강화, 연구역량 강화 등을 강조하지만 기반에는 수요자 요구사항 충족이 있다. 환자와 의사, 보호자가 필요한 것을 고민하고, 해결해 준다면 자연스럽게 연구역량은 물론 사업화 기능도 강화될 것이다.

◇황희=벤처나 스타트업 생명은 남들이 안하는 기술을 현실화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전제조건은 생산된 가치를 재투자해야 한다. 정밀의료가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 논의에 그칠 게 아니라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시범사업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 결과를 본 사업으로 연결시키고, 사업화까지 할 필요가 있다. 투자를 해서 번 돈은 재투자해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4년째 HIMSS에 참여하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큰 부스를 마련했던 기업이 이제는 행사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혁신을 지속하기 위한 재투자를 안 한 결과다.

◇백롱민=국산 HIS가 해외에서 성공하기 까지는 많은 협력사 노력이 포함됐다. 혼자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한 데 결국 큰 기업이 작은 기업과 손잡는 게 필요하다. 병원을 중심으로 연구소, 기업이 한 데 모여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하나로 뭉쳐 산업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생존할 수 없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