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고도화 계기...한국 전장 `글로벌 차 메이커` 뚫었다.

자동차산업이 친환경·자율주행·커넥티드 등으로 고도화되는 가운데 이를 기회로 국내 전자장치(전장) 업계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속속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이 IT 기반 국내 전장업계에 기회가 되고 있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오비고·만도·LS오토모티브 등 전장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제휴를 비롯한 공급

국내 자동차 전장부품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오비고 연구원이 차량용 브라우저 및 앱 프레임워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국내 자동차 전장부품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오비고 연구원이 차량용 브라우저 및 앱 프레임워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성공사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자동차 시장 진입을 위해 수년 동안 투자를 단행해 왔다. 패러다임 전환을 계기로 성과를 내기 시작해 주목된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VC사업부를 신설해 매년 4000억원씩 투자하며 전장 사업을 육성해왔다. 2015년 전략적 제휴를 맺은 GM의 순수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가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면서 올해 큰 성장이 기대된다. 볼트 판매는 LG 그룹 전체에서 관심이 높다.

볼트(Bolt)에 구동모터와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해 총 11종을 공급한다. 볼트의 양산 대수에 따라 최대 LG전자 VC 매출의 40%가량을 볼트에서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공급하는 부품들이 볼트 전체 원가의 30% 안팎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볼트는 올해 3만~8만대가량 팔릴 것으로 점쳐진다. 예상대로라면 LG전자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볼트(Bolt) 공급건 하나에서 올릴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TV나 모바일을 넘어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주목해왔다. 벤츠 E클래스에 채택되기 시작했고 향후 LCD를 넘어 OLED 제품까지 공급하는 쪽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중반 휴대폰용 브라우저로 이름을 날리던 오비고는 2009년부터 자동차 시장을 공략했다. 자동차용 운용체계(OS) 1위 업체 블랙베리QNX와 제휴를 맺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자동차나 BMW에 브라우저를 모델별로 계약해 공급한 적은 있으나 이처럼 신규 OS에 기본 브라우저로 채택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블랙베리QNX가 내년에 출시할 새로운 버전의 OS에는 오비고의 HTML5 브라우저가 내장된다. 이에 따라 새로운 블랙베리QNX를 채택한 자동차의 커넥티드 기능은 향후 오비고 브라우저 기반으로 작동될 전망이다. 오비고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전용 콘텐츠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계식 제동·현가·조향장치로 출발한 만도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부품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장 시장에서 고성장세다. 2008년부터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센서 기술력까지 확보하면서 자율주행 관련 공급처는 더욱 다변화됐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만도의 자율주행 부품 매출 비중이 올해 5.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도는 미래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최근 실리콘밸리에 R&D 거점까지 구축했다.

2007년 설립돼 서라운드뷰 모니터 시장을 개척한 이미지넥스트도 최근 애프터마켓용을 넘어 완성차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미국 전기차 슈퍼카 업체인 피스커의 2019년 출시 예정 슈퍼카 `카르마`에 이미지넥스트의 HD급 서라운드뷰가 채택됐다.

국내 머신 인터페이스 부품 시장 50%를 점유하고 있는 LS오토모티브도 최근 한 자동차 업체에 자율주행 자동차용 스위치를 공급키로 했다.

자동차의 전장화는 국내 부품업계에 큰 기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영업이익률은 2010년까지 5%대로 정점을 찍고 3%대까지 다시 떨어졌다. 국내 완성차 공급만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390억달러(약 270조원)에서 2020년 3033억달러(약 36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이외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전장부품의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자동차와 서비스로 세계 자동차 생태계가 재편되고 큰 시장이 열리고 있다”면서 “우리 부품업계도 전략적 R&D를 통해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