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지배구조 개선 시급하다] <하>경영권 방어장치 필요해

재계는 중견·중소·벤처기업 대상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지배구조 개선 대안으로 주장했다.

차등의결권 도입으로 창업자 경영권 방어수단을 만들어 우수 중견기업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들의 안정 성장을 통해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정갑윤 의원(무소속)이 차등의결권 및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제도를 도입하는 `상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갑윤 무소속 의원(오른쪽 세 번째)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즉각적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정갑윤 무소속 의원(오른쪽 세 번째)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즉각적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차등의결권은 1주 1개 의결권이 아니라 주식마다 다른 숫자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모두 제도적으로 차등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미국은 기업공개에 따른 창업자 경영권 상실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을 활용한다. 이때 기존 주식은 제외하고 상장 등 신규 발행 주식을 대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올해 미국 최대 기업공개로 꼽히는 모바일메신저회사 스냅도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이달 상장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가 홍콩이 아닌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차등의결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차등의결권 도입으로 중견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이 확보되면, 현재 추진하는 각종 제도 개혁이 다소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상법 개정안 도입 논란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대대적인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제도 개편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시에도 경제위기가 기업과 금융기관 지배구조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드러난 대기업 정경유착이 지배구조 문제에서 불거졌다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감사위원회 의무화(1997), 소액주주 권한 강화(1998), 사외이사제 도입(1999) 등이 대거 도입됐고 재벌 집중을 막는 제도 개혁이 추진됐다.

당시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 부작용 대비나 상장기업 86%를 차지하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에 기여할 제도 보완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회가 입법 활동에만 매몰돼 `이것만 돼`라는 포지티브식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며 “과거에 획일적 규제를 가하다보니 미래 산업 경쟁력이나 성장성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지난해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동강령)`를 활용해 감시 역할을 강화하는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본부장은 “의무화, 강제화 등 편향된 규제들이 외부감사법인이 주식시장에서 발길을 돌리게 하면서,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 등 선순환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상법에서 획일적 규제를 적용하지만, 미국은 주마다 회사법을 두고 있어 회사나 투자자가 `기업하기 더 나은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며 “우리도 더 나은 기업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을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차등의결권 장·단점>


차등의결권 장·단점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