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격(SMP) 하락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장기 매매계약을 맺은 발전공기업을 상대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태용 씨 외 태양광발전사업자 26명은 최근 한국남부발전 등 6개 발전공기업과 1개 민간발전사에 `태양광 REC 판매사업자 선정`으로 맺은 장기계약이 부당하다며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은 법무법인 제현이 맡았다.
이들은 소송까지 낸 이유는 2015년 상반기 11대1이라는 높은 경쟁을 뚫고 어렵게 따낸 태양광 REC 판매사업권(입찰방식 장기계약)이 되레 독이 됐기 때문이다. 조금 싸더라도 12년 이상 안정적으로 REC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참여했지만, 계약 직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SMP가 좀체 회복되지 않았다. 태양광발전소를 짓는데 들인 대출 이자도 못내고 운영 자체를 포기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소송에 참여한 한 사업자는 “발전공기업이 한국에너지공단 주관 입찰로 REC 공급계약을 맺은 사업자와 자기들이 수의계약을 맺은 사업자를 차별대우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관하는 판매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현 상황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수익 악화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달라는 주장은 계약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미 맺은 계약사항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이 공기업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스해설>
태양광발전소 수익은 생산한 전력과 REC 판매로 이뤄진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발전사업자들이 계약했던 2015년 상반기에는 SMP가 ㎾당 100~120원, REC당 가격은 70원선이었다. SMP와 REC 합이 170~190원 정도인 셈이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부터 SMP가 폭락하면서 지난해 ㎾당 60~80원대로 주저앉았다. 올해도 80~90원 수준에 불과하다. 태양광사업자는 계약당시 보다 수익이 20~30% 가량 줄어든 채 2년를 보냈다.
수익은 둘 째 치고 발전소 건설비용 갚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렇게 되자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지난해 REC 장기계약을 맺은 발전공기업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SMP는 내렸지만 REC 현물시장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여기서 REC를 판매해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려했다.
그러나 발전공기업은 태양광발전사업자의 요구가 `계약 불이행과 같은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해석을 내리고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장기계약이 해지되지 않은 태양광발전소 생산 REC는 현물시장 거래가 불가능하다.
경영난에 몰린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 중재로 발전공기업과 협의 자리를 갖고 계약 해지를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발전공기업은 장기계약 원칙을 고수했다.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해를 넘기며 발전공기업과 장기계약 해지 승강이를 벌였지만 성과가 없자 결국 법정으로 문제를 넘겼다. 소송에서 `불공정 계약`, `국가계약법 위배`, `제도 설계 부당` 등 세 가지 문제를 근거로 요구사항 이행을 주장한다.
불공정 계약 주장 근거는 에너지공단을 통해 진행한 판매사업자 선정(입찰방식 장기계약) REC 매매가격 보다 발전공기업이 직접 신재생에너지발전소와 맺은 수의계약 매매가격이 더 높다는 것이다. 2015년 상반기 판매사업자 선정 가격이 REC 당 7만원이었던 것에 반해, 발전공기업이 수의계약을 맺은 단가는 이보다 비싼 9만5000원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국가계약법 위배 지적은 REC 단가 변동과 관계돼있다. 태양광발전사업자에 따르면 발전공기업과 맺은 REC 공급계약서에 `계약서 상에 정하지 않은 사항은 국가계약법에 따르도록 한다`고 명기됐다. 그런데 국가계약법에는 `3% 내외 단가 또는 물가변동이 생기면 단가를 조정할 수 있다`는 항목이 들어있어 급등한 REC에 맞춰 가격을 조정해줘야 함에도 발전공기업이 이를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REC당 7만원대에 계약을 맺었지만, 최근 태양광 REC 판매사업자 선정 평균 계약 가격은 11만원을 넘어섰다.
제도 설계 부당 부분은 예측할 수 없는 SMP 변동 리스크를 태양광발전사업자만 떠안아야 하는 불합리성에 근거한다. 오랫동안 ㎾당 100~120원이던 SMP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이유를 전력당국은 국제유가 하락과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증가 등 때문이라고만 밝히고 발전원가는 공개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한다. SMP 변동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담만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 지운 제도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발전공기업은 이번 소송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장이 전달되는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이미 `장기계약 해지 근거 불충분`이라는 법리해석이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국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같은 내용으로 공정위 분쟁조정회의에서 태양광발전사업자 주장이 두 차례 기각된 사례도 있어 소송을 벌여도 그 연장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업무 담당자 입장으로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태양광발전사업자 요구를 수용해주고 싶지만, 기업 간 계약사항이기 때문에 당사 기업에서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다는 걸 헤아려주길 바란다”라며 “(차라리) 법원에서 계약해지 요구를 수용하라는 판결을 내려주면 고민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