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분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대표는 해외 바이어를 만나 진땀을 뺐다.
해외 바이어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어서 겪은 설움이다. 10년 넘게 업계의 거래 실적을 쌓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A대표는 “이름값 없는 중소기업인 우리를 못 믿었다”면서 “해외에도 잘 알려진 대기업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에야 경계심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8곳은 브랜드 인지도가 없어서 국내외 경영 활동에 제약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브랜드 인식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83.3%는 자사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아 영업 활동에 제약이나 한계를 경험했다고 1일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10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 기업은 브랜드 홍보 애로 사항으로 전문 인력 부족(33.7%), 경험 부족(32.0%), 자금 부족(30.2%)을 꼽았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98.2%는 브랜드가 기업 성장에 필수라고 인식했다. 브랜드가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도 63.3%였다.
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수출 촉진에도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수출기업 98.5%, 내수기업 69.8%는 해외 바이어가 인지하는 브랜드가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대표 공동 브랜드가 있다면 참여하겠다는 중소기업은 80.7%였다.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 때 다른 이점으로는 제품 가격 상승,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를 꼽았다. 브랜드 제고가 제품 가격 상승, 마케팅 비용 절감과 무관하다는 응답은 각각 9.3%, 4.6%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인지도 때문에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 불신을 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이현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브랜드는 공신력과 직결되는 요소인데 해외에서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 신뢰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동 브랜드를 후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영호 중기중앙회 회원지원본부장은 “예상 외로 많은 중소기업이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아 국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 중소기업의 차별화 해소를 위해 정부는 브랜드 육성 방안에 정책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인지도 확보 애로사항(복수응답)(단위 : 개사, %)>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