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더치쉘, 엑손모빌, 토탈 등 글로벌 선도 석유·가스기업이 우리나라 8차전력수급기본계획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기업 액화천연가스(LNG)사업 비중이 늘면서 최대 가스 구매국인 우리나라 전력 정책이 실적을 좌우하는 중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로얄더치쉘, 엑손모빌, 토탈, BP 등 글로벌 석유·가스기업이 한국 지사 등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정부 8차전력수급계획 관련 여론과 국회 움직임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짜고 있는 8차전력수급계획은 이르면 7월 수립될 예정이다.
글로벌 석유·가스기업 관계자는 “8차전력수급계획뿐만 아니라 과거 전력수급계획과 현재 이슈가 되는 현안 등을 모두 살피고 전력 당국 정책 방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 대다수가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매출 1·2위를 다투는 공룡 기업들이 우리나라 전력 정책에 이 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LNG 판매량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에너지 기업 사업 무게추는 석유에서 LNG로 옮겨갔다. 로얄더치쉘은 2014년 전체 매출에서 가스사업 비중(51.5%)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석유를 앞질렀다. 유가 하락 영향이 컸지만 발전, 선박용 LNG 소비량 증가폭이 석유를 앞지른 것이 결정적이다.
한국가스공사라는 세계 최대 단일 구매처가 있는 한국 시장은 전략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가스공사는 현재 쉘, 토탈과 장기계약을 맺고 LNG를 들여오고 있다. 2015년 기준 로얄더치쉘 최대 고객이 가스공사다. 엑손모빌, BP도 스폿물량을 포함해 주기적으로 거래를 이어가며 한국에 LNG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LNG소비량은 1980년대부터 30여년간 꾸준히 상승하면서 LNG 공급사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왔다. 그러나 2014년 가스공사 판매량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판매량은 2014년 전년 대비 7.8% 줄었고 이듬해도 10%대 감소율을 보였다. 가정·상업용 수요와 더불어 발전용 LNG 수요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발전용 LNG 수요는 2009년 913만톤에서 이듬해 1368만톤으로 급증한 뒤 2013년까지 매년 10% 이상 수요가 급증했지만 이후 매년 곤두박질쳤다. 석탄·원자력 발전소 가동률이 급등하면서 LNG발전소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8차전력수급계획은 우리나라 LNG 수요 향방을 좌우할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신기후체제 대응, 미세먼지 저감이 국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LNG 발전 비중을 높이는 청사진까지 마련했다.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정책 의지가 반영된다면 우리나라 LNG 판매량이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가스공사는 전력수급계획을 근거로 도입 물량을 산정하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 대만과 더불어 글로벌 LNG 소비 대국”이라며 “단일 도입처인 가스공사 구매물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전력수급계획이 곧 한국 사업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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