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는 준(準)대기업집단 기준을 정부가 아닌 국회가 정한다.
준대기업집단 기준 변경이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집단 기준은 정부가, 준대기업집단 기준은 국회가 각각 정해 정책 혼선도 우려된다.
5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당초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를 적용받는 이른바 준대기업집단(정식 명칭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공정거래법 시행령(대통령령)에 위임하려 했다. 시행령은 국회와 관계 없이 정부 판단만으로 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무위는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준대기업집단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못 박았다. 자산총액 기준을 높이거나 낮추려면 국회가 공정거래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 시행령에 위임했을 때보다 준대기업집단 기준 변경이 어려워진다.
업계는 준대기업집단 기준 변경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법 개정을 위한 여야 합의 도출이 어려운데다 처리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행령에 위임해 경제규모 변화에 따라 정부가 유연하게 기준을 변경하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대기업집단 기준은 정부가, 준대기업집단은 국회가 정해 정책 혼선도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호·순환출자금지 규정 등을 적용받는 대기업집단(정식 명칭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은 종전대로 시행령에 위임했다. 공정위는 3년 주기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타당성을 재검토해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은 기업집단 규제 차등화 과정에서 추진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종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집단은 아니지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적용이 필요한 준대기업집단을 새로 도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향후 법사위,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변화(자료:공정거래위원회 등)>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