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이른다. 경기도 한 해 예산 수준이다. 그러나 에듀테크 산업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IT 발전과 맞물려 기술력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과실을 맛본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시장 구조도 기형적이다. 학생 상당수가 몰려있는 공교육 시장은 쳐다보지도 못한다. 성인·유아 대상 사교육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에듀테크, 반쪽짜리 전락 위기
국내에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200여곳이 활동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0여곳이 투자금 900억원을 유치했다. 그러나 공교육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탓에 대부분 성인·유아 교육에만 몰려있다. 에듀테크라기 보다는 인터넷 기반 이러닝 업체가 주를 이룬다. 2010~2016년 사이 10억원 넘게 투자금을 획득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15곳이다. 유치를 가장 많이한 기업은 229억원을 투자받은 에스티앤컴퍼니(ST&COMPANY)다. 영어·공무원시험 대비 인터넷 강의를 제공한다. 스마트스터디는 135억원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영유아 교육 콘텐츠를 제작한다. 1, 2위가 성인·유아 교육시장을 공략한다.
3위 노리(KnoeRe)는 일반 학생을 겨냥했다. 개인 맞춤형 수학 교육 서비스 기업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투자금 92억원 중 대부분이 해외 자금이다. 4위 비네이티브(BeNative)부터 15위 예스튜디오(YEA STUDIO)까지 사정은 비슷하다.
공교육을 보조하는 에듀테크 업체는 2~3곳뿐이다. 학부모, 학생, 교사를 묶는 커뮤니티 `클래스팅`을 비롯해 학교 알림장 앱 `아이엠스쿨`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 서비스도 에듀테크라고 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특정 주제나 분야에 집중하는 버티컬 SNS(vertical SNS)에 가깝다. 교육과 기술이 결합한 에듀테크에서 기술적 요소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에듀테크는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혁신적 학습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다.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첨단 기술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이 교육에 적용된다.
◇이러닝 때도 어려웠는데… 계속되는 빈곤
에듀테크 시장은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2000년대 초 등장한 이러닝 산업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닝은 전자적 수단, 정보통신, 전파·방송 기술을 활용해 이뤄지는 학습을 말한다. 2002년에 등장했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13년 902억달러에서 2020년 2299억달러로 해마다 14.3%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주춤하다. 영세 중소기업 위주 산업구조 때문이다.
한국이러닝산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이러닝 업체 1300여곳 가운데 77%가 매출 10억 미만 중소기업이다. 35.3%에 해당하는 623곳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서비스 내용도 유사한 게 많다. 수익 모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직무 인터넷 교육, 수능 인터넷 강의, 인터넷 공무원 교육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정부 지원도 줄고 있다. 지난해 이러닝 업체 해외 진출 지원 예산은 3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65% 줄었다.
수익 모델 부재는 에듀테크로 넘어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에듀테크 업체 200곳 중 상위 50개를 뺀 150곳은 투자금 1억도 챙기지 못했다. 상위 업체 중에서도 후속 투자 유치 사례가 전무하다.
에듀테크 기업 체력도 빠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사교육 시장에서 버텨야 하다 보니 수익성이 높지 않다.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을 위한 재투자도 힘든 상황이다. 결국 투자에만 목을 매는 스타트업만 늘고 있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김병섭 천재교육 에듀테크센터 센터장은 “기술력 있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어도 수익 모델 확보가 쉽지 않다”며 “해외 진출은 생각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닫힌 공교육 시장 문을 열거나 지원정책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투자유치 규모 (2010~2016년, 단위: 억원), (출처=블로터)>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