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요금제 쓰고싶은데···`空기계가 비었네`

유심만 사 본인 휴대폰에 끼워 사용하는 `유심요금제`가 저렴한 요금제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유심을 끼울 `공기계`를 사기 힘든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진은 CJ헬로비전이 지난해 출시한 유심요금제.
유심만 사 본인 휴대폰에 끼워 사용하는 `유심요금제`가 저렴한 요금제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유심을 끼울 `공기계`를 사기 힘든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진은 CJ헬로비전이 지난해 출시한 유심요금제.

통신요금을 반값으로 줄일 수 있는 `유심요금제`가 인기를 끌고있지만, 공기계를 구입하는 게 어렵다는 게 걸림돌로 지적된다.

알뜰폰 유심요금제는 휴대폰에 끼우는 `유심칩(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만 판매한다. 유심을 본인 소유 휴대폰에 끼우고 개통하면 끝이다. 모든 통신기능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요금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통신사 대비 기본 30% 이상 저렴하고, 50% 싼 반값요금제도 나온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3만2000원선이다.

통신을 잘 아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다. 통신 전문 커뮤니티에선 `진리`로 통한다. 이보다 더 싼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우체국 알뜰폰 1위인 `큰사람`은 올해 유심요금제 가입 비중이 70%를 넘었다. 알뜰폰이 통신사로부터 사오는 데이터 가격이 내리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행을 탔다.

단점은 휴대폰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쓰던 휴대폰을 그대로 쓰거나 중고폰, 신제품 공기계를 따로 사는 사람도 있다.

특히 새 휴대폰 공기계를 구하기가 어렵다. 어떤 통신사에도 개통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공(空)기계`라고 부른다. `언락(Unlocked)폰`이라고도 한다.

통신사 매장에선 공기계를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 간 `휴대폰+요금제` 묶음으로 팔던 관행이 굳어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 매장(온라인 포함)에서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출고가보다 10%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상식과 동떨어진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출고가≠소비자가`이기 때문이다.

출고가는 제조사가 통신사에 휴대폰을 넘길 때 매기는 일종의 `도매가`다. 소매가가 아닌 것이다. 지금껏 공기계를 찾는 사람이 없다시피 해 소매가를 밝힐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는 `왜 공기계를 비싸게 파나`라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구입하기가 꺼려지는 건 당연하다. 제조사 매장에서 공기계 판매량은 집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하다.

출고가를 내리기보다 지원금 얹어주는 것을 선호하는 제조사 관행도 어려움을 더한다. 통신사를 통하지 않으면 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공기계에는 아무도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단말기자급제를 저해하는 암묵적 담합`이라고 제조사와 통신사를 비판한다.

알뜰폰은 타개책으로 `중고폰 직접 조달`을 내세우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유심요금제를 통해 가계통신비를 인하하려면 정부의 `공기계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알뜰폰 관계자는 “도매대가 인하로 유심요금제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통신료가 싼 유심요금제를 활성화하려면 최신 휴대폰 공기계를 쉽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