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준의 과학 기술 특성화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국비 의존에서 벗어나 가능성 있는 과제를 스스로 찾고 자율 수행을 해야 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오는 2040년을 목표로 10조원 규모의 자립 연구 기반을 마련, 연구 성과를 전격 끌어 올릴 계획입니다.”
정무영 UNIST 총장이 중장기 연구개발(R&D) 자립을 선언했다. 정 총장은 오는 2040년까지 10조원 규모의 R&D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UNIST 중장기 자립화 비전을 내놨다.
R&D 기금은 산업계 파급 효과가 높은 원천 기술을 개발·상용화해 기술 이전료와 특허료, 상용화에 따른 경상 수익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UNIST는 지난해 `수출형 연구 브랜드 육성 사업`에 착수해 현재 해수전지, 치매 치료제 등 13개 중점 연구 과제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총장은 “중점 연구 과제 선정 기준은 전 세계 파급 효과가 높은가,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뒀다”면서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면 과제당 1조원 이상의 수익을 UNIST에 안길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UNIST의 R&D 자립화 추진 배경에는 정부 지원 연구 과제 확보와 추진 과정에 대한 정 총장의 확고한 철학이 깔려 있다.
정 총장은 “수십억, 수백억원을 투입한 연구 과제의 상당수가 논문이나 특허 출원 몇 건 올린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국민 세금이다. 세금으로 R&D를 수행하는 기관은 그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 줘야 할 채무를 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의존에서 벗어난 과학기술 R&D 도전으로 국가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 총장은 “솔직히 대기업이나 독지가가 거액의 R&D 자금을 중장기로 밀어 주면 좋겠지만 국내 상황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스스로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해서 펀드 형태의 R&D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연구 성과를 창출해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UNIST는 후발 신생 과학기술원이다. 신생 과기원은 차별화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야 앞서 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가 아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 한다. 개발한 특화 원천 기술의 해외 시장 수출 성공으로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세금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과학기술특성화 대학과 구성원들은 자신과 소속 학교를 넘어 사회와 국가에 어떤 이익을 안겼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