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비용 수확은 어려울 겁니다.”
23년간 특허 업무를 다룬 최성규 특허법인 C&S 자문위원의 쓴소리다. 삼성전자 IP센터 분석그룹장(상무) 출신인 그는 “특허 협상을 경험하면서 고품질 특허에 갈증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경쟁사를 위협할 특허가 부족했고 등록 후 관리가 부실해 `녹슨 칼`이 돼버린 경우도 많았다”며 “한국 특허 환경을 지식사회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효특허만 경영에 도움”
최 위원은 유효특허를 부각했다.
그는 “다른 업체에서 손해배상액이나 실시료를 받는 유효특허만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은 원재료(연구개발)를 이용해 무기(특허)를 만드는 병참기지(특허사무소)가 제 역할을 못해 유효특허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조업 중심 인식과 특허권자에게 불리한 특허소송 등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효율이 최우선인 제조업 특성과 승소해도 오히려 패가망신할 수 있는 환경 탓에 `낮은 가격에 적당한 수준의 특허를 만드는` 관행이 특허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특허비용 수확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구조를 비판한 것이다.
◇“등록에도 전략을”
최 위원은 “특허는 출원(신청)부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쟁사 제품이 우리 특허를 침해하도록 출원 후 권리 범위를 가공하고, 시장 상황과 제품화 시기를 고려해 등록 시점을 조절하는 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품이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권리 범위를 확정하면 침해 주장이 어렵고 유지비 부담만 늘어난다.
동시에 “등록 후 무효가 되지 않도록 불필요하게 권리 범위를 넓게 청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허는 싼 가격에 등록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나 `특허는 권리 범위가 넓을수록 좋다`는 단편적 인식은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등록 후에는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린다. 최 위원은 “특허도 유지 비용이 필요한 자산이어서 특허를 주기적으로 분류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체화해야 준비된 `무기고`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중요도가 낮아지거나, 등록 과정에서 권리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진 특허는 다른 기업에서 실시료를 받거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전환기”
최 위원은 지금을 전환기로 규정한다.
그는 “같은 기술도 중국에서는 반값인 환경에서 한국이 정체하면 오히려 도태”라며 “제조업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 넘기고, 한국은 작지만 독특한 기술에 특화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식사회에 필요한 특허 인프라 구축에 힘쓸 때”라고 강조했다. 연초 펴낸 단행본 `특허사용설명서`에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했다.
최 위원은 “특허업계 역시 사명감을 갖고 특허 본질을 고민하면서 특허명세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병참기지`가 제대로 된 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실제 전쟁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또 다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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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