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가 비대면 계좌 개설에 공 들이는 주된 이유는 은행·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 대비 부족한 영업력 강화를 위해서다.
주식 거래량과 거래대금 감소로 이미 지점 통·폐합에 나선 증권사는 비대면 채널을 주요 영업 채널로 간주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5699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3만6161명에서 1년 만에 462명 줄었다. 2011년(4만4055명)을 정점으로 매년 수백명가량 줄고 있다.
지점 수는 더 빠르게 줄고 있다. 2011년 말 1778개에 달했던 국내 지점은 지난해 말 1082개로 감소했다. 5년 동안 700개 가까이 줄었다. 절반 가까이 없어진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중형사, 금융·독립 계열사할 것 없이 지점 통·폐합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증권사들이 대대적으로 수수료 혜택을 내건 것도 지점을 줄여 아낀 고정 비용만으로도 주식 수수료 정도는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금융투자업계 지점 통·폐합은 인력 조정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 창구 직원은 줄고 전문 영업인력은 늘었다. 지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도 전체 임직원 수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대표 사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4년 국내 지점 수를 20개에서 5개로 대거 줄이면서 영업직군을 대거 영입했다. 2013년 말 911명이었던 직원수는 2014년말 1022명으로 외려 늘었다.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로 2016년 말에는 직원수가 1500명을 넘어섰다. 신규 영입한 직원은 대부분 전문 계약직이다.
하이투자증권도 2일부터 대대적으로 지점 전문영업직을 채용했다. 전문 영업직원에는 정규직원에 준하는 복지 혜택과 성과급을 내걸고 있다. 정규직원을 전문 계약직으로 전환한 증권사도 이미 다수다.
금융투자업계는 비대면 계좌 개설 허용이 업계 지형 전체를 변화시킬 것으로 관측한다. 로보어드바이저(RA) 도입, 신탁제도 개선 등으로 은행과 자산관리(WM) 시장 진출 경쟁 심화도 변화의 주된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IT임원은 “비대면 계좌 개설 확대로 인한 지점 통·폐합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자산운용부터 단순 상담까지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조만간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권사 인력 및 국내 지점 변화 추이 (단위:개), 자료:금융투자협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