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 21세기 대한민국, `K애니` 날개를 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애니메이션이 세대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월트 디즈니·드림웍스·토에이·지브리·매드하우스 등 유명 제작사들이 새로운 리더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도 점차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번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 에서는 괄목할 만큼 성장한 대한민국 애니메이션의 현주소와 미래를 확인해본다.

◇CF서 출발한 한국 애니메이션, 한류콘텐츠로 꽃피다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일제강점기 전 1936년 조선일보에 실린 만화 `개꿈`을 첫 기록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방영은 1956년 HLKZ-TV(현 KBS)에서 방영된 음료광고를 시작으로 의약품이나 주류 등의 CF광고용으로 이뤄졌다.

60~80년대 국내 애니메이션은 정부검열과 수익배분 문제, TV방송국의 외산애니메이션 방영 등으로 자생력을 잃고 미국과 일본의 하청수준에 머물렀다. (좌측부터) 극장판으로 방영된 `홍길동`과 `로보트 태권V`가 국내 애니메이션 중 유일하게 인기를 끌었다. (사진=네이버 영화섹션 캡처)
60~80년대 국내 애니메이션은 정부검열과 수익배분 문제, TV방송국의 외산애니메이션 방영 등으로 자생력을 잃고 미국과 일본의 하청수준에 머물렀다. (좌측부터) 극장판으로 방영된 `홍길동`과 `로보트 태권V`가 국내 애니메이션 중 유일하게 인기를 끌었다. (사진=네이버 영화섹션 캡처)

1960~1980년대 중반까지는 정부 검열강화와 상업 수익배분 문제, 외산 애니메이션을 앞세운 TV방송국 활성화 등의 이유로 부침을 거듭했다. 이때 주로 등장한 애니메이션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1960년대 개미와 베짱이, 홍길동, 흥부와 놀부, 손오공, 황금철인, 1970년대 괴수대전쟁, 로보트 태권V 등이 있다. 이 중 홍길동은 선 녹음 후 작화의 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완성도를 높인 최초의 컬러 극장영화로서 당시 38만명가량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으로 손꼽힌다. 이 시기 이후 국내 애니메이션은 반공 또는 스포츠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 미국·일본 등의 하청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침체기를 겪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 `국가적 자존심 회복`이라는 대외명분 아래 다시 조명된다. 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 머털도사, 영심이 등의 만화가 바로 이때 등장하기 시작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종이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80년대 후반 국내 애니메이션은 `국가 자존심 회복`이라는 대 전제 아래 부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종이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들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사진=전자신문DB)
80년대 후반 국내 애니메이션은 `국가 자존심 회복`이라는 대 전제 아래 부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종이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들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사진=전자신문DB)

여기에 1990년대 초중반 월트 디즈니의 알라딘, 인어공주 등의 흥행과 `영상산업진흥기본법`에 따른 투자들은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기존 국내 애니메이션들은 대개 아동을 위한 작품에 불과했지만, 이를 계기로 스토리와 연출력을 갖춘 영화장르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견해가 퍼지게 된 것이다. 이에 극장용 애니메이션 장르의 블루시걸, 아마게돈, 아기공룡 둘리:얼음별대모험, TV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 녹색전차 해모수, 검정고무신, 하얀마음 백구 등 흥행여부는 다르지만 많은 종류의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90년대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외산 애니의 상업적 가능성을 토대로 많은 투자를 유치해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사진=네이버 영화섹션 캡쳐)
90년대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외산 애니의 상업적 가능성을 토대로 많은 투자를 유치해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사진=네이버 영화섹션 캡쳐)

2000년대에는 하청 중심의 애니메이션 사업이 동남아 등지로 이전된 것과 함께 `TV애니메이션 방송 총량제`를 담은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창작 애니메이션의 안정적 토대가 마련됐다. 여기에 K팝 유행을 계기로 발생한 한류콘텐츠 육성 시책이 문화계 전반으로 이어지면서 애니메이션 업계도 탄력을 받았다.

이에 마리이야기, 오세암 등의 극장영화나 뽀롱뽀롱 뽀로로, 또봇, 로보카 폴리, 라바 등의 아동용 TV애니메이션이 등장하고 해외까지 수출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또 웹툰 애니메이션 소재를 활용한 영화작품과 드라마의 인기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관심으로 이어져, 국내 관련분야의 활성화와 확대도 이끌었다.

근래 애니메이션들은 사회문화적 변화와 방송법 개정등으로 창작 애니메이션의 안정적 배경이 마련됐다. 이에 작품성 높은 극장 애니메이션과 아동용 TV애니메이션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사진=전자신문DB)
근래 애니메이션들은 사회문화적 변화와 방송법 개정등으로 창작 애니메이션의 안정적 배경이 마련됐다. 이에 작품성 높은 극장 애니메이션과 아동용 TV애니메이션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사진=전자신문DB)

문화계 한 관계자는 “상업성과 정부시책의 압박으로 크게 자라지 못했던 국내 애니메이션은 이를 접한 세대의 확대와 IT, 국제적 교류 등의 영향력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이웃나라 일본 처럼 문화콘텐츠를 미래 성장동력 또는 전략산업으로 보는 한 국내 애니메이션의 미래도 밝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생력 키우는 애니, 지속적인 발전일로 걸을 것

반세기가량의 시간동안 다양한 영향으로 부침을 겪었던 한국 애니메이션은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각광받는다. 특히 IT로 탄생한 웹툰과 아동용 애니메이션 계열은 K팝이나 한류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수출국처럼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지는 않지만, 유명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으로서나 자체적인 작품성으로 한류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애니메이션의 활성화에는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노력에 힘입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은 서울산업진흥원(SBA)이다.

서울시 출연기관으로서 서울형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SBA는 문화콘텐츠 육성을 목적으로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미디어콘텐츠센터를 두고 있다.

먼저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웹툰을 비롯한 애니메이션의 창작 및 제작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신규 애니메이션 작가와 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돕고 있다. 특히 웹툰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형태로 변환할 수 있는 한류콘텐츠의 기본인 만큼, 이를 지원하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사업지원 프로그램은 크게 각광받는 추세다. 또 센터 주변인 명동지역을 테마거리로 조성하고 `재미로 놀자 축제`와 상시 전시체험관 운영 등을 통해 국내외 관객에게 국내 유력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알림으로써 국내 애니메이션 생태계의 대외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지원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대표로 꼽히는 서울산업진흥원은 산하기관인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미디어콘텐츠센터를 통해 업계의 자생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서울산업진흥원 제공)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지원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대표로 꼽히는 서울산업진흥원은 산하기관인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미디어콘텐츠센터를 통해 업계의 자생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서울산업진흥원 제공)

미디어콘텐츠센터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 기술지원실을 확대개편한 곳으로, CG/VFX 등 영상후반작업 스튜디오이자 문화콘텐츠 강국을 만들기 위한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특히 아시아 최대 컴퓨터그래픽 전시회 `시그라프 아시아`의 골드스폰서십을 맡으면서 세계적인 후반작업 수준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문화콘텐츠 교류에 이바지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서울시 중점사업인 애니메이션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 센터는 각각 국내 애니메이션 생태계 확산과 영향력 확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 부천시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양한 공공기관이 애니메이션에 주목하면서 각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문화계 관계자는 “다양한 기관에서 문화콘텐츠 육성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 업계를 주목하고 있다”며 “SBA를 필두로 경기 부천시 등을 비롯한 지자체와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애니메이션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어, 애니메이션 생태계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