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하나로 1비트 메모리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작은 메모리칩 하나에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동영상 데이터를 담을 정도로 저장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실리콘 소재를 대체, 크기는 물론 소비전력도 대폭 줄인 전자소자 구현이 가능해졌다.
![주사터널현미경 미세탐침과 홀뮴, 철원자 구조. 미세탐침으로 전압펄스를 가하면홀뮴 원자의자성을 바꿀 수 있고, 전류로 스핀을 읽을 수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0760_20170308165451_831_0001.jpg)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양자나노과학연구단(단장 안드레아스 하인리히)에서 단일 `홀뮴(HO3)` 원자에 1비트 디지털 신호를 안정되게 읽고 쓰는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홀뮴은 외부 자극으로 자성이 바뀌는 원자다. 자기장 영향을 받으면 내부 자성 방향이 위와 아래 두 방향으로 뒤바뀐다. 이런 `스핀현상`을 2진법 신호로 치환하면 원자 하나로 1비트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 실리콘 기반 소자로 1비트를 구현하려면 원자 10만개가 필요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 탐침을 이용, 홀륨 원자의 신호값을 바꿨다. 원자 크기의 탐침으로 전압 펄스를 가하면 홀뮴 스핀을 바꿀 수 있고, 탐침으로 전류를 흘리면 바뀐 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
철 원자를 홀륨 원자 옆에 배치해 정보를 읽는 방법도 고안했다. 철 원자와 2개의 홀륨 원자 에너지가 공명·반응하는 `전자스핀공명(ESR)` 방식을 쓰면 총 4가지 상태 값을 구분, 측정할 수 있다.
연구단은 홀뮴 원자로 현존하는 최소 크기 전자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홀뮴 원자 크기는 0.175나노미터(㎚)다. 기존 인텔 최신 CPU 제조 공정 선폭은 14㎚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축소할 수 있는 크기는 5㎚가 한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우)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연구단장, 최태영 연구위원(좌)](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0760_20170308165451_831_0002.jpg)
홀뮴 원자는 인접 원자에 신호 간섭 현상도 없다. 1㎚ 간격으로 원자를 밀집시켜도 돼 저장 밀도를 혁신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연구단은 앞으로 홀뮴 원자 메모리를 실온에서 구현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기존 연구는 원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영하 271.5도의 극저온 상황에서 진행했다. 홀뮴 원자의 두 가지 스핀 상태를 중첩시켜 양자 컴퓨터 `큐비트`에 활용하는 연구도 함께 추진한다.
하인리히 단장은 “원자는 현존하는 최소 물질 단위로 원자 하나로 소자를 만들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소자를 만들게 되는 셈”이라면서 “더 높은 온도에서 홀뮴 원자를 사용하고, 앞으로 양자컴퓨팅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