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연중 최저치로 뚝...사우디 vs 미국 `2라운드`

자료: 삼성증권
자료: 삼성증권

국제유가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원유재고가 두 달 넘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진영이 감산 약속을 착실히 지키며 유가를 띄우려하지만 미국에 의한 하방 압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 국제 유가를 둘러싼 사우디와 미국 대결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86달러(5.4%) 하락한 배럴당 50.28달러로 마감됐다. 작년 12월 15일 이후 최저치이자 13개월래 최대 낙폭이다. 런던 ICE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4.81% 내린 배럴당 52.23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3개월 최저치다.

시장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미국 원유 재고가 영향을 미쳤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3일로 끝난 주간 원유재고가 820만배럴 증가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9주 연속 증가이자 시장 전문기관의 증가분 전망치 200만배럴 대비 4배 이상 많은 규모다.

최근 OPEC 회원국이 감산 이행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며 유가 부양에 힘쓰는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는 지속 늘어나고 있어 향후 유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S&P플래츠에 따르면 지난달 OPEC 회원국 1~2월 총 생산량은 하루 평균 3211만배럴이다. 이는 당초 약속한 산유량 상한선 3250만배럴로 보다 적은 양이다. 특히 사우디의 2월 산유량은 하루 평균 985만배럴로 2015년 2월 이후 가장 적었다.

반면에 최근 미국 원유 생산량은 2016년 4월 이후 처음으로 하루 900만배럴을 넘어섰으며 원유 리그(시추공) 수도 최근 35주 가운데 32주 동안 증가해 2015년 10월 수준을 회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석 에너지 개발과 수출 장려, 규제 철폐 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향후 미국 산유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OPEC이 국제유가 하단을 지지하고 미국이 국제 유가 상단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 셰일오일 채산성 등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는 당분간 40~60달러 박스권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OPEC 감산 이행에도 불구하고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원유 생산량 확대로 인한 공급과잉 우려 때문”이라면서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 OPEC의 감산 연장 합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다시 유가가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