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욕이 나온다. 본인 의지로 내뱉는 게 아니다. 버릇도 아니다. 참을수록 욕이 심해진다. 길가는 사람과 시비 붙는 건 다반사다.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다닐 수밖에 없다
`틱장애` 이야기다.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근육이나 음성이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신체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질병이다.
영화 `물 없는 바다`는 무의식적으로 욕을 내뱉는 틱장애를 가진 동수와 대인기피증을 지닌 예리의 잔잔한 소통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무의식적으로 욕을 내뱉는 동수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람들은 틱장애를 동수의 `나쁜 버릇`으로 치부한다.
영화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틱장애를 소재로 삼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틱이 어떤 질병인지 알리고, 주변 사람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우리나라 연령별 틱 장애는 10대가 45.3%로 가장 많았고 10세 미만이 37.1%, 20대 8% 순으로 나타났다. 20대 미만이 무려 82.5%를 차지했다. 대부분 어렸을 때 틱장애를 앓기 시작해 뇌 구조와 기능이 변화를 겪는 사춘기가 지나면서 완치하지만 성인이 돼서도 고치지 못하는 경우도 30%에 달한다.
국내 연구진은 틱장애 원인이 `뇌파`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뇌연구원의 뇌질환연구부 케빈 맵케언 박사 연구팀이 중격의지핵(대뇌의 한 조직)을 중심으로 한 대뇌 변연계 이상이 음성 틱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원숭이를 이용해 뇌의 어떤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틱장애가 발생하는지 실험했다. 변연계에서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에 비쿠쿨린이라는 약물을 투입했더니 원숭이한테 음성 틱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뇌 심부 자극술 같은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틱장애는 어린이 1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흔한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틱 장애 증상이 나타나도 보호자가 다그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되레 부모의 공감과 격려가 필요하다. 잘못된 습관이나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물치료, 심리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성인이 돼서도 질병을 앓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영화 중반부 동수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동수 할아버지는 “이쁜 꽃이나, 미운 꽃이나 다 똑같은 꽃인겨. 알았지?”라고 말한다. 어린 동수에게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사랑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에 위축된 삶을 살지 말라는 의미로 건넨 말이다. 틱장애를 가진 사람이 보다 더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