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이 수년 내 4~5배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음극재에 신소재 채택이 시도돼서다. 기존 흑연 계열 음극재를 대신할 소재로 실리콘 계열 복합재료가 부상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이 상용화를 적극 추진 중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전자 재료 기업이 실리콘 옥사이드, 실리콘 카바이드 같은 실리콘 계열 배터리 음극재 상용화에 나섰다. 해외에서는 독일 바커, 일본 신에츠 등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국내에선 대주전자재료가 실리콘 옥사이드 음극재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와 내년 신소재 선정, 양산성 확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20~30년 간 흑연·탄소 계열 음극재가 쓰였다. 전극을 제외한 다른 배터리 구성품의 물성이 개선될 때도 전극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론상 흑연 계열 음극재는 1g당 용량 한계가 350mAh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실리콘 계열 물질로 대체하면 1g당 용량을 1500mAh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배터리 용량을 기존보다 4~5배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실리콘 계열 재료를 일부만 혼합해도 같은 크기 배터리에서 훨씬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실리콘이 배터리 용량 확대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수차례 연구됐다. 하지만 부풀림(스웰링) 현상과 배터리 수명 단축을 해결하는 게 과제였다. 이에 실리콘 외 다른 물질을 섞은 복합재료를 나노 구조로 만드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 경우 리튬 치환 시 증가하는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 수명 역시 기존 80~90% 수준으로 개선됐다.

음극재에 실리콘 신소재를 사용하려는 시도는 전기자동차 확산 때문이다. 과거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전제품과 스마트폰·태블릿 PC 같은 모바일 제품에 주로 사용됐다. 2020년에는 전기차 수요가 기존 수요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용량 확대가 과제다.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터리 용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음극재 소재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배터리 용량, 에너지 밀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이론상 한계치에 가까이 왔다”면서 “전기차 시대가 되면 배터리 용량을 또 한번 비약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음극재 개선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