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중심으로 각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인의 관심을 끄는 주제는 `과학기술 거버넌스`다.
혹자는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혹자는 지금처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합친 조직이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하다고 역설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합, 거대 부처로 일원화해 모든 산업을 통합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학기술 거버넌스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개편의 도마 위에 올랐다.
YS정부 때까지 과기처로 있던 조직이 DJ정부가 들어서면서 과학기술부로 격상됐고, 과학기술 중요성이 정부조직법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에서는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로 개편되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신설되면서 과학기술이 국정의 핵심전략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MB정부에서는 다시 장관급으로 격하된 것도 모자라 교육부와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됐다. 과학기술 전담 기능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다시 ICT와 합쳐 미래창조과학부로 개편했다. 과학기술 전담 기능은 더욱 약화됐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바뀌고, 그 기능은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처럼 오르락 내리락한 셈이다.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힘 겨루기의 희생물이 된 때문이다.
공무원은 기존 조직을 유지하거나 타 부처 기능을 더 가져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위상을 강화하려 한다. 효율성은 뒷전이다. 시너지 효과를 구실로 큰 부처를 지향한다.
교육과학부나 미래부에서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거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인은 대부분 과학기술 기능만 약화됐다고 평가한다. 지금의 과학기술 거버넌스에는 문제가 많다. 과학기술 정책이나 거버넌스는 변함없이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변화와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과학기술인들이 원하는 변화와 개편 방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 위상이나 크기를 떠나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 부처와 통합된 상태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담당 공무원 애정과 열정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는 과학기술 정책과 예산을 심의 조정하고 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부처는 대부분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모든 부처를 총괄하는 차원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과학기술 핵심 키워드를 파악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기인들은 연구 자율성을 높여달라고 요구한다. 지금까지 정부과학기술정책 기조는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협력을 유도하는 정책 기조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조직과 산하기관 조직을 아우르는 과학기술 거버넌스는 연구 자율성을 얼마나 잘 보장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주길 바란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 ssyang@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