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대통령 파면`을 겪으면서 산업계·학계 전문가는 상대 진영에 대한 부정과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정 혼란을 조기 수습할 방안과 국가 새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누군가의 문제를 넘어 `시스템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국정 연속성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국가경영시스템` 도입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시대에 대비한 `적정정책` 발굴 △민간과 기업 전문가 집단이 주도해 현안을 해결하는 `R&D PPPs(Public Private Partnerships)제도`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관련기사 3·4면
12일 유례없는 조기 대선 체제가 시작되면서 전문가는 국내외 주요 현안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집권세력 정치 논리나 공무원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됐던 정부조직 개편은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상황 안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윤유식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념·세대·빈부 갈등과 대립이 심한 상황으로 어떠한 리더가 나와도 통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라는 짐을 지워선 안 되며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원활한 조정자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과 `책임`이 균형있게 강화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더이상 정부 주도 톱다운식 성장모델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독자적으로 지정·통제하던 규제 방식과 내용을 개인 또는 민간 자율성과 책무를 동시에 높이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며 “다만 이를 관리·집행하는 공무원의 적극 행정을 위한 유인 체계와 면책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감사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에 의한 국가경영 필요성도 제기됐다. 경기 부양을 위한 경제정책이 단기 재정 투입, 부동산 부양책 등으로 `대증적` 처방에 급급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승혁 인터젠 컨설팅부문 대표도 “차기 정부에선 경제의 `시스템적` 혁신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며 “새 정부는 구조 변화라는 시각을 갖고 경제 전체 시스템적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국정 연속성과 미래 비전을 위해 예산 400조원 이상 시대로 성장하는 국가 규모에 알맞은 `국가경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개념을 확장한 `적정정책`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안성훈 서울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메가트렌드 파도에 올라타서 신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사라질 일자리를 다시 창출하는 것이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난제”라며 “적정정책을 통해 취약한 환경에서 부정적인 측면을 전환, 긍정적인 측면과 시너지가 도출되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민 관점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협업 거버넌스와 성과중심 정책으로 변화가 시급하다”며 “새 정부는 R&D PPPs 제도를 도입해 정부가 단독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 드림팀`을 구성해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대통령에게 `숫자`에 기인한 전문가적 조언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새 정부는 국가정책을 `한 풀이`가 아닌 숫자에 기반해 운영하고, 그런 참모진에 귀 기울이는 국가최고경영자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조직 문제점에 대한 전문화된 분석을 하고 난 뒤 정부 기능 재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최소한 조직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