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4>독임부처 논쟁 앞서 `어떤 미래 향할 지` 먼저 생각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2041_20170313141244_797_0001.jpg)
과학기술 거버넌스 논쟁이 뜨겁다. 대개 주장은 세 가지다.
첫째는 조건 없이 과학기술부를 되돌려 놓으란 것이다. 부총리 부처면 더 좋다. 두 번째 주장은 독임 부처로는 덩치가 작으니 어디와 합쳐서 분리하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여러 부처의 연구개발(R&D) 사업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일종의 조정 부처로 두자는 것이다. 세 주장이 사뭇 달라 보이지만 궤는 같다. `일단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여기에 모순이 있다. 명분은 4차 산업혁명이다. 변화에 대비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 미래는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여태껏 해 온 과학기술 정책을 잘하면 된다는 주장은 답이 아니다. 예를 들어 `기술 개발=성장`이란 등식이 예전만큼 작동하지 않는다. 창조경제, 녹색성장 모두 가치 중심의 혁신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투입 늘이기를 추구한 과거형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정부 R&D 예산은 1996년도 2조3000억원에서 2016년도에는 19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R&D비 비중은 2014년에 이미 세계 1위가 됐다. 이 기간의 경제성장률은 7.6%에서 5.2%로, 다시 2.7%로 떨어졌다. R&D 만능주의는 안 된다.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덩치를 키우자고 말한다. 여기도 함정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부처가 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는 막연한 기대가 그것이다. 과거의 실험은 성과로 돌아왔는가?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유지 주장의 맹점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는 종합조정 기능이 필요하다고 한다. 뭔가 상위 부처다워 보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성과가 기대 같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조정 권한의 문제였을까. 오히려 문제의 발단은 R&D 예산 배분에 매몰된 생각의 한계였다.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의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미래를 바라보고, 과학기술 혁신 정책의 경계를 새로 정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R&D 투자를 늘리고, 기술 만들기가 핵심이어선 안 된다. 기업이 가치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새 정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혁신 정책으로 과학기술 정책의 경계가 다시 그려져야 한다. 둘째 전문화돼야 한다. 대형 부처 실험의 시너지 효과는 적었다. 건전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막연히 대형 부처 효과를 기대하는 대신 전문 부처화를 지향하고, 성공 사례를 여러 부처로 흘러가게 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셋째 과학기술 정책이 사회의 기대와 만나야 한다. 과학기술 울타리를 넘어야 한다. 좁은 울타리가 과학기술인을 보호하지 않는다. 과학기술 정책은 축소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 사회 요구를 담아야 한다.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과학기술 독임 부처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자. 기존의 R&D 중심 기능과 다양한 혁신 활동을 정책에 담자. R&D 중심에서 벗어나 어떤 것이든 가치를 만드는 활동이라면 그 대상이 되게 하자. 연구실에서 제조 현장으로, 과학자 중심에서 기술자와 기능인으로 대상을 넓히자. R&D 중심인 과학기술기본법도 다시 쓰자. 2001년에 제정된 이후 정책의 범주는 넓어졌지만 결국 R&D를 매개로 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과 그다음 미래에 맞게 다시 쓰자. 과거와 다른 과학기술 부처의 정체성을 찾자. 과학기술혁신부라 불러도 좋겠다.
둘째 `과학기술과 혁신사회위원회`를 설치하자. 부처의 정책 경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새로운 혁신 한국의 비전을 미래 사회 관점에서 찾고 설계하는 기능을 맡아야 한다. 기존의 정책 범주를 넘어선 경계선 상의 정책을 찾아야 한다. 사회 요구를 찾고, 새 혁신 정책에 반영하자. 초등학교 과학 교육이 변하고, 골목길 카페에서 과학 도서를 읽을 수 있고, 과학 강연이 음악회마냥 친숙하게 만들자. 그런 과제를 찾아 달라.
끝으로 지금 미래창조과학부처럼 ICT와 함께 가야 한다면 최소 규모가 이유가 돼선 안 된다. 만일 과학기술 혁신 정책의 새 경계선이 ICT 정책까지 넓혀져야 한다면 그것이 주된 이유가 돼야 한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