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임형ISA 가입자 이탈에 투자자금도 줄어...일임-신탁 `희비`, "투자범위 확대해야"

일임형ISA 가입자 이탈에 투자자금도 줄어...일임-신탁 `희비`, "투자범위 확대해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입 1년도 지나지 않아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률 부진에 일임형 ISA에선 가입자 이탈뿐만 아니라 투자금까지 빠져나가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3일 기준 ISA 총 가입계좌는 234만6000개, 가입금액은 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약 6만개 줄었다.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등 앞서 도입한 정부 주도 금융상품과 마찬가지 결과다. 도입 2개월만에 17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 모은 은행 재형적금은 4개월째부터 가입자 수가 줄기 시작했다. 소장펀드 역시 4개월째 25만4000계좌를 정점으로 가입자 수가 줄었다.

가입자 이탈의 주된 원인은 낮은 수익률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출시 이후 일임형 ISA 평균 누적수익률은 2.08%에 그쳤다. 투자 손실 위험성이 있음에도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위는 전체 가입계좌 일부에 불과한 일임형 ISA로 전체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일임형 ISA는 234만 계좌 가운데 27만개다. 전체 11.4%를 차지한다.

실제 신탁형 ISA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달 3일까지 계좌 수가 3만4000개 줄었지만 가입금액은 2590억원 늘었다. 일임형 ISA와는 다른 결과다. 같은 기간 일임형 ISA에서는 1만개 이상 계좌가 해지됐다. 가입금액은 234억원 줄었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최근 양적 성장은 둔화되고 있으나 소액계좌가 줄고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ISA는 세제혜택, 투자자 선택권, 자산관리 효율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존하는 상품 중 가장 유용한 자산증식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도 “신탁형 ISA 가입자 대부분이 예·적금에 돈을 넣고 있다”면서 “다른 상품에 비교해 세제혜택이 있어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가입자는 일임형보다는 신탁형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신탁형 ISA에서 예·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월 기준 79.7%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에 편중된 상품 구조를 일임형 ISA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 시장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 자산이 아닌 부동산이나 특별자산펀드 등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라며 “이미 해외 비과세펀드에도 세제혜택을 주고 있는 마당에 굳이 ISA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ISA가 `국민계좌`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에서 벗어나 부동산 리츠 등으로 투자 수요가 넓어지고 있다”면서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하면서 개인투자자 접근이 어려운 분야에 ISA를 통해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형저축 및 소장펀드 계좌추이 (단위:만좌), * 은행권 재형적금 기준. 증감율은 전 기간 대비 증가비율, 자료:금융위원회 >


재형저축 및 소장펀드 계좌추이 (단위:만좌), * 은행권 재형적금 기준. 증감율은 전 기간 대비 증가비율, 자료:금융위원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