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통령 선거가 현실화됐다. 차기 거버넌스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주요 임무로 맡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역할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과학기술을 독립시켜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과학기술 전담 부처 부활`을 놓고 공방이 뜨겁다. `과기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현재 미래부의 명칭은 바꾸더라도 그 구조는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4>전담부처vs융합부처…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필요](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2283_20170313182159_123_0001.jpg)
과학기술 부처는 1967년 과학기술처 출범 이후 과학기술부, 과학기술부총리제를 거쳤지만 2008년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미래창조과학부로 변화해 오면서 전담 책임자가 차관급이 됐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가 다원화하면서 부처 간 칸막이와 유사·중복 문제가 지속 제기돼 왔다.
과학기술 정책은 국가 R&D 사업 효율화와 일관된 관리가 핵심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과학기술이 곳곳에 접목되는 `융합 정책`도 중요해졌다. 부처 간 R&D 칸막이 정책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부처 간에 따로 운영하고 있는 연구관리 전문기관 재편 계획 등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전문성 강화된 전담 부처 필요
과기 전담 부처 부활을 주장하는 쪽은 미래 산업과 기술 혁신에 대비하려면 `과학기술부`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융합형 창의 인재 양성과 국가 미래전략 기능을 수행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기술혁신학회, 과학기술과 사회발전연구회는 지난 10년 동안 부처 이기주의 및 과학기술 행정 전문성 낙후로 허물어진 과학기술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독일·일본과 같이 국가 R&D 기능을 전담 부처로 일원화해 중복성을 배제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종합조정기구 역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28일 국회과학기술정책연구모임 연속토론회에서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이하 국과심)가 범부처 과학기술 혁신을 총괄하는 기구이지만 미래부 자문 기구 수준으로 인식되거나 하향식(톱다운) 전략 수립에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담 부처를 주장하는 이들은 과학기술은 경제, 산업, 환경, 보건, 국방 등 다양한 부처와의 협력 및 정책 조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 부처의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종합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과학기술부, 미래부 등 다른 기능과 묶여 있으면서 과학 정책이 빛을 보지 못한 것도 과기부 부활론에 힘을 싣는다. 교과부 시절에는 교육 정책 현안, 미래부에서는 ICT 정책 이슈에 장관의 관심이 쏠리면서 과학 정책은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과기부 전담 부처가 생기면 24시간 과학 정책만 고민하는 장·차관이 생긴다. 과학 정책이 훨씬 내실을 다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문제는 과학기술만 따로 떼어내 독립 부처를 만들 정도의 조직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ICT와 합친 미래부가 탄생한 이유의 하나도 과학쪽만으로 독립 부처를 만들 수 없는 점이 고려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과학기술에 특허 관련 정부기능을 합쳐 독자부처로 만드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R&D 성과가 특허 출원으로 이어져 사업화되는 과정으로 볼 때 두 분야의 결합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연구 성과가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고 지식재산권으로 등록되고 실용화될 수 있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미래부 활용하자…`산업+과학` 묶은 혁신부 만들어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과학기술과 ICT가 현재처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미래부 고위 공무원은 13일 “과학기술과 ICT가 분리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고 지금까지 `융합`을 착실히 준비해 온 만큼 다음 정권에서 미래부를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 “양손잡이 이론이란 것이 있다. 한 손에는 단기성과 제품이 나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기초 원천이 계속 준비돼야 하는 것으로, 이게 바로 과학기술과 ICT가 융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산업 정책과 과학기술을 한데 묶은 영국 `BIS 모델`도 논의된다. 과학기술 혁신 정책이 분산돼 부처 간 장벽이 있고 기업 지원, 창업 생태계 지원 등 혁신 정책이 따로 논다는 것이다.
박상욱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는 “교육, 과학기술, 정보통신, 산업이라는 4가지 키워드는 서로 융합되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혁신 생태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혁신, 산업 정책의 경계를 허물고 밀접하게 통합한 혁신 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여러 거버넌스를 논의하면서도 차기 정권에서 과학기술이 어떤 정부 구조로 바뀌더라도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또 궁극으로는 현재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R&D가 다양한 부처로 퍼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강력한 리더십의 과학기술 종합 조정 체계 구축으로 부처 간 이기주의와 중복 투자 문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학기술 성과를 기술 혁신과 사회·경제를 포함한 국가 전체로 확산시키고, 급속한 혁신과 융·복합 등 새로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