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원추각막 유전자 검사 내달 출시

아벨리노 연구진이 유전자 분석을 통한 안구 질환 검사 서비스 개발을 하고 있다.
아벨리노 연구진이 유전자 분석을 통한 안구 질환 검사 서비스 개발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원추각막을 사전에 발견하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내달 한국과 중국, 일본에 순차 출시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까지 진행돼 난치성 안과질환 정복에 한걸음 다가선다.

아벨리노그룹(회장 이진)은 내달 초 원추각막 유전자 검사 서비스 'KC테스트-1'을 출시한다고 15일 밝혔다. 4월 중순에는 중국과 일본에 동시 출시해 서비스를 시작한다.

원추각막은 각막이 비정상적으로 얇아지면서 원뿔모양으로 돌출돼 부정 난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서서히 시력이 저하되며 심해지면 각막 이식까지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2000명 중 한 명이 앓는다.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은 규명되지 않았다. 충혈이나 각막세포침윤 등 염증이 원인이 아닌 유전적 요인에 가깝다고 알려졌다.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수술로 각막을 건드릴 경우 질병이 급속도로 진행돼 안과 수술 전 원추각막 연관 유전자를 보유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아벨리노는 원추각막 연관 유전자 4종류를 발견했다. 세계 안과병원에서 원추각막 환자 200여명 샘플을 확보, 차세대 염기서열(NGS)로 DNA를 분석한 결과다. 네 가지 유전자는 9~21%까지 원추각막 질환과 연관성이 확인됐다.

KC테스트-1은 원추각막과 연관된 유전자가 있는지 사전에 알려준다. 안과병원에서 환자 구강이나 머리카락 등 유전자 샘플을 보내주면 DNA 검사로 보유 여부를 전달한다.

김정한 아벨리노 한국법인 대표는 “원추각막과 관련된 유전자는 수 십 가지로 알려졌지만 임상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유전자는 4가지 정도”라며 “발견된 유전자는 동양인에 최적화돼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 스크리닝 서비스를 동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민간유전체분석(DTC) 시장이 열렸지만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기업이 직접 제공할 수 없다. KC테스트-1도 안과병원에서 수술 전 원추각막 유전자를 보유하는지 알려주는 용도로 보급한다.

한·중·일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는 만큼 현지 상황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도 세웠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대형병원보다는 새로운 검사법 도입에 적극적인 개원의를 공략한다. 중국 종합병원 원장급을, 일본은 주임교수를 타깃으로 서비스를 홍보한다. 이미 중국에서는 150개 안과 네트워크 병원을 보유한 하이어그룹과 광동성에 위치한 IVF병원 등에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소아과병원 두 곳도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다.

치료제 개발도 병행한다. 영국 얼스터대학과 공동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원추각막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조만간 착수한다.

아벨리노는 2015년 각막이상증 유전자 검사 서비스 '아벨리노 테스트'를 출시했다. KC테스트-1과 마찬가지로 각막이상증 유전자를 가졌는지 사전에 검사한다. 관련 유전자 치료제도 작년 전임상을 마쳤으며, 조만간 임상 1상 시험에 착수한다. 각막이상증에 이어 원추각막까지 유전자 검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안과 전 분야 유전자 진단 시스템 구축에 한걸음 다가선다.

김 대표는 “원추각막 유전자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올해는 작년대비 최대 60% 이상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며 “안구 가장 바깥쪽에 있는 각막을 시작으로 수정구 등 우리 눈 전체를 아우르는 안과 유전자 진단 시스템을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