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석 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에너지 전환효율, 전력 생산비용 면에서 월등한 장점을 보유한 차세대 기술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 기술 상용화의 최대 난제를 풀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래창조과학부 나노소재 기술개발 사업 지원을 받았다.
연구진이 개발한 것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분해할 수 있는 용매와 공정 기술이다. 태양전지를 용매에 넣으면 수초 만에 분해된다. 광 흡수층인 페로브스카이트는 녹아 없어지고, 고가의 전극과 투명기판만 남는다. 이 전극과 기판을 재활용해 '재생전지'를 만드는 식이다. 분해, 재생을 10회 반복해도 전지 성능이 유지됐다.

언뜻 간단해 보이는 이 기술에 세계가 주목했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이 논문을 소개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짧은 수명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폐기 시 발생하는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크게 전극, 광흡수층(페로브스카이트), 투명기판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게 전극이다. 전극 주재료가 금이기 때문이다. 기판 역시 이산화티타늄(TiO2) 처리 비용을 감안하면 상당한 고가다. 수명이 다한 태양전지를 그대로 버리면 이런 고가 구성품까지 폐기된다. 재활용하면 이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수명이 짧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보통 30년 품질을 보증한다. 기술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적 필요도 없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가 없지만 2년이 지나면 효율이 떨어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환경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에 납 성분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납은 환경과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으로 알려졌다. 페로브스카이트에 포함된 납 성분은 극미량이지만 폐기가 반복되면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짧은 수명과 함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의 최대 난제로 꼽혔다.
정 교수팀이 개발한 공정은 이 문제도 해결한다. 페로브스카이트 자체가 용매에 녹아버리기 때문에 재생된 전극과 기판에 납이 남지 않는다. 납이 포함된 전지가 버려질 일이 없는 셈이다. 분해는 상온에서 이뤄진다. 고온, 고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 비용도 낮다.
정 교수는 공정의 친환경성을 더 높이는 후속 연구를 수행 중이다. 페로브스카이트가 녹은 용액에서 납 성분을 따로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재활용 후 남은 용액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의도치 않게 납이 방출될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다.
정 교수는 “재활용 공정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 한계를 극복하자는 게 연구의 출발”이라면서 “경제적인 이점도 있지만 폐기 시 납을 유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환경적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보다 광흡수 특성이 100배 좋다. 전력 생산비용은 절반가량이다. 학계에서 연구된 지 약 5년 만에 22% 넘는 효율을 달성했다. 생산비용과 까다로운 폐기 문제가 상용화 걸림돌로 지적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