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질감을 구분할 수 있는 인공 센서가 개발됐다. 압력에 따른 전기 저항 차가 큰 그래핀 특성을 응용했다. 이 센서를 이용하면 물질 표면의 질감을 데이터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 인공감각 등 다방면 활용이 기대된다.
박완준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팀은 '나노 기반 촉각센서를 이용한 생체모방형 촉감 구현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의 감각 수용체를 모방한 센서로 물체 표면 질감을 구분하는 기술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나노소재 기술개발 사업 지원을 받았다.
한양대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10종 직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86% 분류 정확도를 보였다. 같은 실험에서 사람 촉각은 분류 정확도가 50%에 못 미쳤다. 직물에 한정된 실험 결과지만 일정한 정량 신호를 뽑아내는 센서 정확도가 확인된 셈이다.
![박완준 한양대 교수팀이 개발한 촉각(질감) 센서](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3695_20170316135940_987_0001.jpg)
연구진은 센서 설계에 사람의 감각 수용체 원리를 모방했다. 사람 촉각을 거칠기를 구분하는 감각(FA:Fast Adaption), 물질 표면 압력을 구분하는 감각(SA:Slow Adaption)으로 나눴다. 울퉁불퉁한 물체 표면에서 느껴지는 압력 차이, 물질별로 다른 표면 압력을 측정한다.
이렇게 하면 사람이 느끼는 방식 그대로 물체 표면 질감을 수치화할 수 있다. 전기저항 변화를 측정한 것이기 주관적 감각보다 정확하다. 기본적으로 압력 센서를 변형, 응용한 것이지만 더 높은 민감도를 요구한다.
촉각 센서 개발이 '측정'에 집중됐다면 다음 단계는 '학습'이다. 사람이 특정 물체를 만져 구분하려면 사전 학습이 필요하다. 금속 질감을 먼저 익혀야 눈 감은 상태에서도 금속을 구분할 수 있는 식이다.
박 교수팀 다음 작업은 개발된 촉각 센서로 여러 질감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다. 다양한 질감을 빅데이터로 만들어 놓으면, 센서만으로 어떤 직물인지 구분할 수 있다. 12가지 직물을 99.74%로 정확도로 구분하는 게 목표다. 이 역시 사람의 분류 능력을 뛰어넘는 정확도다.
이번 연구성과는 그래핀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면적 그래핀은 가공 난도가 높지만 촉각 센서에는 대면적 그래핀이 필요 없다. 이번 연구에는 필름 형태가 아닌 플레이크 형태 그래핀이 쓰였다.
센서 성능은 외부 자극에 따른 전기 저항 차이가 클수록 좋다. 그래핀으로 제작한 소자는 압력에 따른 저항 차가 매우 크다. 대표적인 저저항 물질이지만 저항 변화 폭이 크다는 데 주목했다. 굽거나 휘어지는 유연 소자 특성도 좋다. 유연한 민감 센서를 만드는 데 최적 소재라고 판단했다.
박완준 교수는 “촉각 센서에 특장점을 갖는 소자, 소재를 찾아낸 것이 핵심”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센서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센서 정확도를 높이고,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질감을 측정하는 촉각 센서는 인공 감각 구현에 활용될 수 있다. 피부에 인위적인 진동을 가해 질감을 재현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있다. 문제는 질감의 측정이다. 실크 질감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면 실크 질감을 먼저 수치화해야 한다. 촉각센서로 질감을 측정한 후 액추에이터로 표현하면 실제에 가장 가까운 인공 감각을 얻을 수 있다. 로봇에 적용하면 사람과 유사하게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