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쯤 “어휴, 치킨집이나 차려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말처럼 치킨집 차리기는 쉬울까. 창업은 아이템 선정부터 시장조사, 사업보고서, 투자자 유치까지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창업콘텐츠개발' 강의를 하는 한동현 교수는 “창업의 출발점은 문제의식”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청년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치킨집은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이 결여됐기 때문에 좋은 창업아이템이 아니다. 창업강의를 하는 교수이자 사업가인 한 교수에게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필요한 마음가짐 조언을 들어봤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강의를 하면서, 2011년부터 문화콘텐츠 관련 컨설팅과 연구를 하는 개인회사를 운영한다. 그 전에는 직장을 다니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운영 중인 사업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문화콘텐츠 컨설팅이다. 주 고객은 여러 지역의 문화원, 도서관, 박물관, 갤러리 같은 문화기관이다. 요즘 문화기관은 단순한 문화서비스를 넘어 소비자와 방문객이 원하는 문화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선별 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더 나아가 문화 콘텐츠 프로그램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선호한다. 우리 회사는 이런 요구를 반영해 지역 문화 자원을 조사, 발굴하고 정리한다. 나아가 지역축제나 전시를 기획하고 지역 역사, 문화 소재를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로 만드는데 자문을 한다.
-한 교수에게 창업은 어떤 의미인가.
▲돈이 목적이 아니다. 살아온 경험과 공부한 지식을 비즈니스에 접목시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적용시키고 싶었다. 저는 독일어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때 사학을 공부했다. 당시에도 “취업 안 되는 학문, 뭐 해먹고 살려고 하느냐”는 걱정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역사를 배우는 일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고, 영향력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강의 때 늘 “창업의 시작은 문제의식이다”라고 강조하는데,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적으로는 열정, 간절함, 절실함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외적으로 표출되는 문제의식이다. 외부 상황에서 자신이 겪으면서 느꼈던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현상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단순히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할 때, 그 끝에 창업이 있다. 마음만 앞서는 창업과 문제의식만 가진 창업을 따로 볼 수 없다. 그 둘은 논리적 사고 안 에서 나란히 존재해야 한다.
-창업은 아이템이 중요하다. 창업에 필요한 안목을 기르는 방법이 있을까.
▲독서다. 독서는 징조를 읽어낼 수 있다.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일이 아니다. 지나온 세월에 우리가 무엇을 했고, 무슨 일이 벌어졌고,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정리의 집산물이다. 그러므로 사업이라는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초보자는 독서로 간접 경험을 쌓아야 한다. 사업적 안목을 가지는 부분에 있어 단순한 논리를 돈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돈뿐만 아니라 가치와 시간이 투입되는 일이다. 돈만 바라본다면 단편적 사업 아이템만 고려하게 된다. 다방면에서 독서와 신문을 접해 사회적 맥락을 짚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방법이 있나.
▲대학은 원론적 이야기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그 기저에 깔린 수많은 가치관과 동기를 배워야 한다. 숨겨진 배경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 대학을 다니는 이유다.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궁금증을 느끼는 것이고, 궁금증을 느끼는 것은 문제의식을 찾고 해결하자는 욕구를 반영한다.
-창업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한다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책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읽어야 한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필요한 건 경험이다. 하지만 그 경험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과 비용 제한이 있다. 최적의 방법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다양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일이 중요하다.
창업과 관련된 도서는 많다. 원하는 사업 분야나 사업보고서 관련 지식은 최대한 여러 가지 책들을 접하는 것이 좋다.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모든 행위의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학생에게 노트 필기를 권장하는 편인데, 단순히 쓰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필기를 하면 화자 말의 빠르기나 양 따위 문제 때문에 결코 모든 글자를 다 받아 적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타인의 말을 나름대로 내적 여과를 거쳐서 노트에 쓴다.
요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 시각으로 걸러내는 것이다. 자기 주관으로 외부 정보를 재배열시키는 과정이 노트 필기다. 종종 타이핑은 자기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 적게 된다. 하지만 노트 필기는 그림, 도표, 화살표를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자기 생각을 한 후에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항상 염두에 두기 바란다.
독서와 운동을 추천한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40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1년에 100권, 1년이 52주니까 1주일에 2권인 셈이다. 학기 중에 힘들다면 방학 때 집중적으로 읽으면 된다.
규칙적 운동도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많은 체험을 하는데, 이 체험은 자칫 정적으로만 머물고 끝날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평소 운동과 같은 신체활동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동적으로 살아야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정신을 살찌우는 독서, 건강을 살찌우는 운동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