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가 특허펀드 IP브리지가 미국에서 '무더기' 특허무효심판(IPR)을 만났다. 세계 반도체업체 4곳이 1월 중순부터 한 달간 IP브리지를 상대로 제기한 무효심판만 무려 24건이다. IP브리지가 브로드컴 등을 상대로 진행 중인 특허소송에 사용한 특허도 이번 무효심판에 포함돼 소송 양상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IP브리지, 무효심판 '포화' 직면
영국 특허매체 아이에이엠(IAM)은 16일(현지시간) 법률정보서비스업체 렉스마키나 자료를 인용해 1월 17일부터 한 달간 글로벌파운드리 등 반도체업체 4곳이 IP브리지 특허를 상대로 무효심판을 모두 24건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글로벌파운드리가 18건, 자일링스가 4건, TSMC와 ARM이 각각 1건씩이다.
자일링스는 무효심판을 제기하면서 소송이 진행 중인 법원에도 IP브리지 특허 12건에 대한 '비침해 확인판결'을 요청했다. 무효심판을 청구한 특허는 소송 관련 특허에 포함된다.
주목할 점은 이들 업체가 청구한 무효심판이, IP브리지가 지난 2월 브로드컴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사용한 반도체 특허 6건 중 1건을 집중 공략한다는 점이다. 자일링스 외에 IP브리지와 소송을 벌이는 업체가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협공'으로 비친다.
실제 TSMC는 지난해 6~7월 IP브리지 특허를 상대로 무효심판 12건을 청구했다. 지난 1월 특허심판원(PTAB)이 12건 중 4건을 기각하고 8건만 무효심판절차를 개시하자, 이번엔 글로벌파운드리가 동일한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 18건을 청구했다. 현재 IP브리지가 브로드컴이 침해했다고 주장한 특허 6건을 상대로 시작된 무효심판은 모두 33건이다.

◇“美특허소송, 특허권자 불리”
무더기 무효심판을 두고 미국 특허소송 환경이 특허권자에게 불리해졌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여러 특허관리전문기업(NPE)이 미국 대신 독일 등으로 '전쟁터'를 바꾸는 것도 이러한 환경과 무관치 않다. 더욱이 미셸 리 미국 특허상표청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커져 앞으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크지 않다.
때문에 IP브리지가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 특허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힌트도 있다. IP브리지는 앞서 자일링스와 협상하면서 강경책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링스 측에 따르면 IP브리지는 “우리에겐 충분히 많은 특허와 풍부한 청구항이 있다”며 도쿄와 베이징, 심지어 괌 등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2013년 설립한 IP브리지는 이제껏 미국에서만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과 같은 미국 특허소송 환경을 고려하면 전략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특허무효심판 '진창'에 빠져 소송이 복잡해지고 재정 부담도 커지면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외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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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