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한민국 국민은 어느 신문 1면에 난 사진 한 장을 보고 경악했다. 검찰청사에서 조사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휴식 시간 때 상황이라고 검찰은 애써 해명했다. 하지만 누가 조사하는 사람인지, 조사를 받는 사람인지 헷갈리게 만든 이 사진 한 장이 주는 파급력은 컸다. 그렇게 '황제수사' 질타를 받았던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21일 검찰 청사로 불러 조사한다. 그때 검찰은 그대로이고,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을 안 가진 민간인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최순실 사태의 공동 정범으로 규정한 지 넉 달여 만에 소환조사한다. 현직 대통령일 땐 실패했으나 전직 대통령이 되자마자 11일 만에 대면 조사를 벌이게 됐다.
검찰에 불려나온 대통령은 끌려나온 것까지 모두 합쳐 네 번째다.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될 박 전 대통령은 과거 3명의 전직 대통령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파면이 결정된 첫 대통령이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VIP 특별조사실이 없어지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일반 조사를 받게 된 첫 케이스다.
![[성현희 기자의 날]法과 檢](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4300_20170319142617_561_0001.jpg)
혐의도 무려 13가지나 된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공무상 기밀 누설 등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이나 헌재가 밝힌 혐의 대부분은 부인했으며, 이번 검찰에서도 이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어쩌면 우병우 사태로 바닥에 떨어진 검찰 명예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기도 할 것이다. 4개월 전 박 전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적시했던 그 자신감이 박영수 특검팀을 만들었고,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까지 이르렀다. 검찰 스스로 권력으로부터 독립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오늘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떠났다.
법(法)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누구에게도, 역사에도 민망한 결과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법과 원칙만 따르면 된다.
![[성현희 기자의 날]法과 檢](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4300_20170319142617_561_0002.jpg)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