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 같은 감염성 질환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쉽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전자동 분자 진단기기를 개발·상용화해 의료 진단 연구계와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싶습니다.”
조윤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손 안의 실험실'로 불리는 소형 진단시스템 '랩온어디스크(Lab on a disk)'를 개발하고 있는 세계적인 나노바이오 융합 연구자다.
조 교수는 최근 소변에서 '나노 소포체'를 분리·검출할 수 있는 '엑소디스크(Exodisc)' 개발에 성공했다. 나노 소포체는 세포 활동에서 나오는 미세한 생체물질이다. 이 물질을 분석하면 암 등 각종 질병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엑소디스크는 랩온어디스크의 한 종류다.
그는 “엑소디스크는 복잡한 조직검사 대신 혈액 분석만으로 암세포를 검출할 수 있는 소형 기기로 사용법도 매우 간단하다”면서 “생명 현상 이해도를 높이고, 인류 건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랩온어디스크는 진단에 필요한 각종 기기를 소형화, 집적화한 컴팩트디스크(CD) 모양의 장치다. 회전 원심력을 이용해 혈액과 시약 등 유체를 분리하고 디스크 내 센서로 질병을 판단한다.
조 교수는 랩온어디스크에 미세 입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필터를 추가해 엑소디스크를 개발했다. 엑소디스크는 원심력을 높이지 않아도 유체를 정확하게 분리할 수 있다.
암 등 각종 질병을 진단하려면 내시경,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랩온어디스크를 상용화하면 손바닥 만한 기기 하나로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질병 진단 뿐 아니라 세균 검출, 수질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혈액 내 미세한 양의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검출하는 '패스트(FAST) 랩온어디스크'도 개발했다. 전이암 조기 진단은 물론 환자 맞춤형 암 치료가 가능한 장치다.
조 교수는 UNIST 개교 당시 초빙한 교수 21명 가운데 한 명이다. 포스텍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세라믹 막을 연구했다. 이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일본 큐슈대학 모로오카 교수 추천으로 미국 일리노이대를 장학생으로 다니며 고분자 물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당시 세계적으로도 태동기에 있던 바이오칩 분야 연구를 시작해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조 교수는 “과학자는 오로지 연구 성과로 평가 받는다. 연구 과정을 즐기며 최선을 다한다면 세계적인 과학자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