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러에코

'중국의 넷플릭스'로 불리며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성공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해온 러에코(LeEco)가 흔들리고 있다. 스마트폰, TV, 전기차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재벌급 회사로 성장했지만 성장통을 겪고 있다. 너무 빠른 사업 확장에 자금난을 겪고 있고,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공동창업자중 한명이 전기차사업 경영에서 물러났다. 올 1월 2조8000억 원(168억 위안)에 달하는 자금을 외부에서 긴급히 수혈받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러에코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인 딩 레이(Ding Lei)가 러에코 전기차 부문(SEE Plan)의 글로벌 부회장직을 사임했다. 그는 '씨 플랜(SEE Plan)'의 아시아태평양 총괄직에서도 물러난다. 표면적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앞으로 그는 전략 고문으로만 활동한다.

딩 부회장은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인 웨이보에 사임 사실을 알리며 “건강상 자동차사업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없다. 전략 고문으로 남겠다”면서 “'러시(LeSee)' 자동차가 빨리 양산돼 성공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딩 부회장은 패러데이퓨처 글로벌 최고경영자 자리도 지난해 12월 물러났다. 패러데이퓨처는 러에코가 미국에 세운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전기차 사업 방향을 놓고 러에코 최대주주이자 공동창업자인 자웨팅 러에코 최고경영자(CEO)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딩 부회장이 맡던 역할은 '씨 플랜' 최고경영자(CEO) 이자 최고운영임원인 장 하이리앙(Zhang Hailiang)이 대신한다. 46살의 장은 이전에 중국 국영 자동차업체 상하이자동차(SAIC 모터)에서 부사장으로 있었다. 지난해 '씨 플랜'에 합류했다.

딩 부회장 사임은 모회사인 러에코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영상스트리밍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러에코는 그동안 문어발 확장을 계속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TV 제조업체 비지오를 2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혀 미국과 중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비지오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본사가 있다. 점유율 기준 미국 TV시장에서 삼성 다음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러에코는 전기차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전기차 혁신이라 불리는 테슬라를 위협할만한 새로운 콘셉트의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차 개발에 과도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자금난에 봉착했다. 시장은 러에코가 현재까지 자동차 사업에 투자한 자금이 2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기차 사업이 성공하려면 앞으로도 막대한 자금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자웨팅 러에코 CEO는 지난해 11월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너무 빠른 사업확대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면서 “확장에 초점을 맞추던 전략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사과하며 자신의 연봉을 1위안으로 깎겠다고도 말했다.

군살빼기에 나선 러에코는 미국 사업을 먼저 손 댔다. 실리콘밸리에 약 2만 제곱미터 부지 건물을 미국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매각하고 미국 직원 수도 줄이고 있다. 자금 경색에도 불구, 러에코는 지난해 12월 중국 저장성에 120억 위안을 투입한 자동차 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은 오는 2018년까지 전기차를 40만대 조립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갖췄다. 러에코는 올 1월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수낙차이나홀딩스로부터 168억 위안을 긴급히 수혈 받았다. 수낙은 이번 투자로 러에코의 영상사업부문(러 비전 픽처)과 비디오스트리밍플랫폼(러시인터넷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TV하드웨어 사업 부문(러시지싱일렉트로닉테크놀로지) 등에 지분을 확보했지만, 전기차 부문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러에코가 처한 전기차 사업의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러 에코 현황>


러 에코 현황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