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이 내년까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올 하반기 패널 가격이 소폭 하락세에 접어들지만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부터 한국을 제치고 디스플레이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코리아 디스플레이 콘퍼런스 2017'을 개최하고 올해와 내년에 걸쳐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부흥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서 초대형 10.5세대 LCD 생산라인을 2019년부터 가동하면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국이 되고 동시에 공급 과잉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그동안 한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35% 점유했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이 40% 수준으로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됐다.
업황이 좋은 만큼 그동안 실적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대만과 일본 패널 제조사가 다시 경쟁력을 비축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박진한 IHS테크놀로지코리아 이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형 패널 공급이 빠듯하고 재고율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해 대부분 패널 제조사가 연간 기준 두 자릿수 이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패널 공급이 부족해 세트 제조사가 연말에 재고를 미리 확보했고 패널 가격이 상승해 TV 이익률이 낮아지면서 소비자가격이 인상되고 있어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며 “TV 판매가 줄면 하반기 패널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져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폭스콘과 샤프가 샤프 브랜드 TV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에 공급을 중단했지만 판매가 계획보다 부진하면 상당량의 패널 재고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며 “2분기 말부터 패널 가격 조정을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패널 제조사는 초대형, 초고해상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해 성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중국, 대만, 일본 기업은 60인치 이상 대형과 8K 해상도 양산에 집중하며 10.5세대 양산 전까지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력을 축적할 계획이다.
한국은 올해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IHS마킷은 예측했다. BOE, 차이나스타 등이 32인치에서 40인치대 후반과 50인치대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60인치대 시장에서 한국이 확실한 주도권을 쥘 것으로 내다봤다.
박진한 이사는 “화면 크기와 시청거리 등을 감안하면 일반 가정에도 100인치 TV를 놓을 수 있다”며 “작년에 55인치 TV 평균가격이 1000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올 연말에 65인치가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10.5세대를 가동하면 75인치 가격도 빠르게 떨어질 수 있어 대형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기업으로는 중국 BOE와 폭스콘-샤프-이노룩스 연합을 꼽았다. 패널 생산을 넘어 자체 TV 브랜드를 육성하고 다양한 OEM·ODM과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셰 IHS테크놀로지타이완 전무는 “BOE는 특히 TV OEM과 자체 브랜드 TV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고 스마트시스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디스플레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폭스콘-샤프-이노룩스 연합은 패널, OEM, 브랜드 간 수직통합 효과를 꾀했고 중국에서 샤프 TV 브랜드 점유율을 상당히 높이고 있어 향후 이들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변화를 어떻게 주도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