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 '유통 빅3'본사 이동..'강남대전' 예고

롯데·신세계·현대백 '유통 빅3'본사 이동..'강남대전' 예고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빅3가 그룹 본사를 모두 서울 강남으로 이전한다. 유통업계의 '강남시대'를 예고했다.

우리나라 유통 중심지는 전통적으로 명동과 을지로였다. 유통 빅3가 강남 지역을 새로운 근거지로 삼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강남은 이미 빅3의 대표적인 유통시설이 구축돼 있다. 지난해 3사 모두 강남에 면세점을 유치, 본사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것도 본사 이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다음달 3일 공식 개장하는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본사와 롯데면세점, 롯데호텔은 서울 소공동에 남지만 지난달 그룹 조직 개편으로 새로 꾸린 경영혁신실(과거 정책본부)과 롯데케미칼 등이 이전한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혁신실의 이전과 함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집무실도 롯데월드타워로 옮긴다는 점에서 그룹의 중심이 소공동에서 잠실로 옮겨지는 셈이다. 당초 롯데는 창립기념일인 다음달 3일 이전키로 했지만 지난해 검찰 수사 등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6월께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 회장 집무실 이전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 오너 일가를 둘러싼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 집무실과 거처를 옮기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는 “신 회장이 레지던스 입주를 결정했다”면서 “그룹 관련 현안이 정리된 뒤 입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신세계그룹도 올해 하반기 백화점 본사를 강남구 반포동 센트럴시티로 옮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은 1930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서울 명동 본점을 1991년부터 본사로 사용해 왔다. 27년 만의 명동 시절을 접고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그만큼 강남 상권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본사가 들어서는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경우 신세계가 운영권을 쥐고 있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 호텔, 올해 말 신세계면세점까지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신세계 계열사가 모여 있는 핵심 지역이다. 강남점은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지난해 8월 22개월에 걸친 증축과 리뉴얼 공사를 마치며 3년 안에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면세점은 롯데의 잠실 월드타워점, 현대백화점의 무역센터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마케팅이 필요한 것도 본사 이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2015년 말 백화점 사업을 맡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독자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단계를 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총괄하는 이마트 계열사는 지난해 서울 명동에서 이마트 본사가 있는 성수동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정 사장도 경영 성과 극대화를 위해 강남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신세계·현대백 '유통 빅3'본사 이동..'강남대전' 예고

현재 압구정동에 본사가 있는 현대백화점그룹도 강남구 삼성동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사옥 이전을 위해 삼성동 휘문고 인근 부지를 기존의 550평을 계약한 데 이어 나머지 부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동에 위치한 압구정현대아파트 상가인 금강쇼핑센터 2~4층을 직원 500여명의 사옥으로 사용해 왔다. 업무 공간이 좁은 데다 증축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설이 노후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세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 가운데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리는 강남점이 위치해 있는 데다 올해 말에 면세점이 들어서는 삼성동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옥 이전은 2019년께 가능할 전망이다.

이처럼 유통 빅3의 강남 이전은 강남 상권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대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어 구매력이 높은 직장인이 많고 고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이 높아 노른자 상권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강남 지역은 또 최근 들어 외국인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남 상권의 중요성이 커지며 유통 대기업들의 본사가 모두 강남에 집결하게 됐다”면서 “본사 차원의 다양한 마케팅이 예상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