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집단기반 건강관리, 만성질환 해결책 검토 필요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교수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교수

건강관리 영역에서 모바일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적용은 필수다. 질병 원인 규명부터 맞춤형 치료도 ICT 접목으로 가능하다. 국가적 해결과제로 떠오른 만성질환 관리도 ICT에 기반한 체계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정밀의료와 함께 현대의학에서 떠오르는 패러다임이 '집단기반 건강관리(PHM:Population Health Management)다. 특정 집단 건강상태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도출한다. ICT를 활용해 맞춤형 치료법을 적용, 효율성과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의사, 병원, 서비스 제공기업이 뭉쳐 책임의료조직(ACO)을 구성, PHM을 구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전과제로 떠오른 만성질환 관리를 PHM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교수(가정의학과)는 “PHM은 데이터 주도형 통합 의료전달모형으로, 개인이 가진 건강위험과 질환에 따라 맞춤형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서 “미국 ACO에서는 PHM 도구를 사용해 건강 지표를 관리하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PHM은 집단의 인구학적 헬스케어 현상을 연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만성질환은 연령, 생활 습관, 유전, 생활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다. PHM으로 집단 내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맞춤형 프로그램 구성이 가능하다. 국가 만성질환 관리 정책 수립에도 기반 데이터로 활용 가능하다.

정 교수는 “PHM을 사용하면 만성질환관리 정보 공유, 환자 동기 부여, 정부기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만성질환 관리 현황과 지표달성 유무까지 파악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정부나 병원뿐만 아니라 의료 솔루션 업계도 PHM에 관심이 높다. 에픽, 써너 등 의료정보 솔루션 기업은 PHM 관리 솔루션을 출시했다. 집단 내 환자 의료정보를 한눈에 보게 시각화하고, 위험도를 분류한다. 추후 환자 건강정보를 포함해 건강에 영향을 주는 사회경제적 정보까지 맞물리면 PHM 신뢰성은 높아진다.

정 교수는 “PHM 구성을 위해 병원이 보유한 전자의무기록을 기반으로 홈모니터링, 위험계층화, 자료분석, 시각화 기술 등을 접목해야 한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 정보 분석과 임상의사결정지원 솔루션으로 의사 진단을 보조하고, 환자참여도구로 동기부여 모델까지 도출 가능하다”고 전했다.

PHM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 의지가 관건이다. 세계적으로 정밀의료가 대두되면서 유전체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에 국가 자원이 쏠린다. PHM 개념은 정밀의료와 상반되는 게 아니다. 집단을 이해해 정밀의료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집단을 이해하고, 집단 내 건강지표를 연계할 ICT 도구가 필요하다. 수준 높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와 축적된 건강정보를 가진 정부가 협업해야 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가 증가하지만 의료비 지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나 정책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정부가 건강 위험군을 적절하게 분류하고 환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ICT를 활용한 PHM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