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2조9000억원을 신규 지원한다. 2015년 4조원 지원을 합하면 총 7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하는 셈이다. 추가 지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당초 입장을 번복했다.
23일 KDB산업은행 등 대우조선 채권단은 23일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3조원 출자 전환을 단행하는 내용의 조건부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채권단이 조선업 장기시황 부진, 대우조선 내재적 위험요인을 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해 대응하지 못했던 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2015년 10월 정상화 지원 방안을 내놓았을 때 2016년 대우조선 수주량을 115억달러로 전망했지만 실제로 15억달러 수주에 그쳤다.
정부는 2015년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며 대우조선 회생을 도왔지만 효과가 없었다. 여기에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인도 지연 사태와 안진회계법인의 분식회계까지 터졌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은 지난해 2조7000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정부는 총 7조원 가까운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일호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사상 최악 수주절벽에 직면하고 이미 건조된 선박 인도까지 지연돼 국책은행 지원하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정부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도산에 따른 피해가 조선 산업 생태계 붕괴를 비롯해 금융기관 손실 급증과 지역경제 침체 등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 전반에 막대한 손실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안에 따르면 국책은행, 시중은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보유한 사채권자, 대우조선 노조 등 대우조선 이해 관계자들이 손실을 분담하는 데 합의하면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이 각각 1조4500억원씩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먼저 회사 위험 요인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채무조정이 추진된다. 국책은행은 보유한 무담보 채권의 100%,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50% 등 총 2조9000억~3조원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다.
대우조선은 경쟁력 있는 상선, 특수선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해양플랜트는 사실상 정리하는 등 사업 재편을 가속화해야 한다. 또 옥포, 올림단지 등 자산을 신속하게 매각하고 자회사 대부분을 조기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노사는 자구이행에 협조하며 올해 모든 임직원 임금을 반납하고 1만명 수준인 직영인력도 내년 상반기까지 9000명 이하로 추가 축소한다.
산업은행은 “이 계획이 모두 성공하면 2021년 대우조선해양 부채 비율은 250% 수준으로 떨어져 건실한 재무구조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부실을 초래한 저가 수주 선박은 2018년까지 대거 인도해 경영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향후 인수합병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합의가 무산되면, 정부는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전회생계획제도는 일종의 법정관리로, 금융위원회와 회생법원이 함께 추진하는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이다.
법원이 기존 빚을 신속하게 줄여준 뒤 채권단이 준비한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정상적인 기업 운영에 필요한 신규 자금을 분담해 지원할 방침이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